휘청이는 폭스바겐 잡을 '골든 타임'…현대차, 노조에 '발목'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14일, 오전 09:07

[이데일리 정병묵 이배운 기자] 경영난에 허덕이는 폭스바겐그룹(폭스바겐·포르쉐·아우디 등)이 사운을 건 고강도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에 기회가 오고 있다. 토요타에 이어 세계 완성차 2위인 폭스바겐그룹과 3위 현대차·기아 간 판매량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노조 리스크가 현대차그룹의 2위 도약에 발목을 잡으며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된다.

13일 폭스바겐그룹은 올 상반기 세계 판매량 413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441만대) 대비 6% 줄어들었다. 앞서 이달 초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359만7255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양사 모두 전년 대비 판매량이 줄었지만 폭스바겐그룹의 감소폭이 더 컸다. 양사의 판매량 격차는 작년 상반기 75만5471대에서 올 상반기 53만2745대로 22만대가량 줄었다.

휘청이는 폭스바겐 잡을 '골든 타임'…현대차, 노조에 '발목'
전국금속노동조합이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7.15 총파업 승리 결의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불응 원청기업 규탄, 원청교섭 쟁취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7.15 총파업 승리 결의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불응 원청기업 규탄, 원청교섭 쟁취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3~4년간 이어진 판매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작년 영업이익은 89억유로로 전년(191억유로) 대비 53% 감소했다. 연간 판매량에서는 토요타에 이어 2위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에서는 현대차·기아에 2위를 내줬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25억유로(약 4조3075억원)로 현대차·기아 합산(4조7198억원)에 뒤졌다.

중국 전기차의 공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그룹의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6% 줄었다. 미국에서도 정부 보조금 지급 종료 및 수출 관세 영향으로 판매량이 69% 급감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그룹 이사회는 최근 공장 4곳을 페쇄하고 세계 직원 65만7000명의 15%에 해당하는 12만명을 감축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이다.

폭스바겐그룹 대비 전기차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져 있고 매년 자체 판매 신기록을 경신 중인 현대차·기아 입장에서 폭스바겐의 추락은 분명한 기회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30% 성과급’ 등을 요구하며 찬물을 끼얹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3~14일 부분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작년 총 16시간 부분파업에 따른 손실액은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15일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함께 현대차그룹 계열사 하청노조들까지 동참하는 대규모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노조가 파업 으름장을 놓는 사이 시장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테슬라 ‘모델Y’가 유수의 국산차들을 제치고 전체 내수 판매 1~2위를 달리고 있으며, 중국 전기차는 현대차·기아의 인기 품목인 하이브리드차 섹터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BYD는 최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씨라이언6 DM-i’을 3000만원대라는 위협적인 가격에 공개했다.

BYD 하이브리드 모델 '씨라이언 6 DM-i'. (사진=BYD코리아)
BYD 하이브리드 모델 '씨라이언 6 DM-i'. (사진=BYD코리아)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전기차의 파상공세에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에서 임금을 고정비 형태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거나 파업에 나서는 것은 결국 회사의 고정비 상승과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조의 강경한 요구가 이어지고 파업이 반복되면 한국은 자동차 생산기지로서 매력을 더욱 잃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노조의 요구가 적지 않은데 올해 현대차 노사 협상은 예년보다 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며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기업들이 국내에 머물 이유를 잃고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면 주력 산업의 해외 이전과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또 “이런 이미지가 굳어지면 해외 투자자들도 현대차·기아의 기업가치와 미래가치, 노조 리스크를 더욱 부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 산업까지 함께 부실해지고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본원적 경쟁력 제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의 수출이 미국, 영국 등 상위 시장에서는 늘고 있는데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지표는 좋지 않다”며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중국 전기차의 전방위 공세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전면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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