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득템 성지로 뜬다"…유통가 새 승부처 된 오프프라이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14일, 오후 02:14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브랜드 재고를 처리하던 ‘오프프라이스’ 매장이 유통업계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고물가와 소비 양극화가 이어지면서 유명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유통업체들도 직매입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패션을 넘어 뷰티와 라이프스타일까지 영역이 확대되며 하나의 독립 유통 채널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NC픽스 강서점에서 소비자들이 브랜드 이월·재고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NC픽스는 오는 15일 리빙 카테고리 도입과 슈즈 조닝 강화 등을 포함한 확대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이랜드리테일)
NC픽스 강서점에서 소비자들이 브랜드 이월·재고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NC픽스는 오는 15일 리빙 카테고리 도입과 슈즈 조닝 강화 등을 포함한 확대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이랜드리테일)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오는 15일 서울 강서점을 시작으로 오프프라이스 매장 ‘NC픽스’ 핵심 점포 리뉴얼에 나선다. 2013년 국내 대형 유통업계에 처음 이 모델을 들여온 NC픽스는 지난 6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59% 늘었다. 이번 리뉴얼에서는 리빙을 새로 도입하고 슈즈 조닝을 강화하는 등 구성을 대폭 넓힌다. 이랜드 관계자는 “강서점 성과를 본 뒤 순차 확대할 계획”이라며 “소비가 위축되어도 브랜드를 합리적 가격에 사려는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프라이스는 브랜드 이월상품이나 재고를 유통사가 직접 매입해 정상가보다 최대 90% 저렴하게 판매하는 유통 방식이다.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일반 아웃렛과 달리 유통사가 상품 구성과 가격을 직접 결정한다. 브랜드 재고뿐 아니라 해외 직매입 상품까지 선보일 수 있어 할인 폭이 크고 상품 구성도 훨씬 다양하다.

이 같은 시장 확대에 맞춰 주요 유통업체들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강남점을 사업 시작 이후 처음으로 전면 리브랜딩하며 의류 중심이던 상품군을 뷰티와 여행용품, 소형가전 등으로 확대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2% 늘어난 ‘오프웍스’를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오프웍스 웨어하우스’로 리뉴얼하고 있다. 단순히 이월 의류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발견하는 ‘라이프스타일형 오프프라이스’로 진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떠오르는 대표 주자는 뷰티 분야다. 대명화학그룹 큐앤드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오프뷰티’는 제조사와 브랜드사의 과잉 재고와 이월상품을 직매입해 최대 90% 할인 판매하는 구조를 앞세워 출범 1년여 만에 매장을 40개까지 빠르게 늘렸다. 연내 국내 100호점과 몽골 진출도 추진하는 등 패션 일색이던 오프프라이스 시장을 뷰티로 넓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오프프라이스 성장 배경으로 경기 불황은 물론 ‘디깅(Digging) 소비’ 확산도 꼽는다. 정상가보다 저렴하게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매장을 찾을 때마다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는 ‘보물찾기’ 경험 자체가 소비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에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 구매하는 것과는 다른 오프라인만의 재미가 집객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오프프라이스가 하나의 독립적인 유통업태로 자리 잡았다. TJ맥스(TJ Maxx)와 마샬(Marshalls)을 운영하는 TJX를 비롯해 로스(Ross), 벌링턴(Burlington) 등이 대표적인 오프프라이스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경기 침체기마다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고객이 늘면서 패션을 넘어 생활용품과 뷰티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국내 역시 상품군과 업체가 빠르게 늘면서 재고 처리 채널을 넘어 새로운 오프라인 유통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오프프라이스가 재고를 싸게 떨어내는 창구였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좋은 물건을 발굴하는 능동적 소비의 장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며 “고물가 속 합리적 소비와 발견의 재미를 동시에 채워주는 만큼, 패션과 뷰티를 넘어 리빙·가전 등으로 경쟁 무대가 빠르게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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