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다닌다고 차마 말 못 해"…수원사업장 앞 분향소 무슨 일?

경제

뉴스1,

2026년 7월 14일, 오후 02:56

14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중앙문에서 열린 'DX부문 사기진작 및 보상마련 촉구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2026 DX부문 사망선고 위로를 위한 조문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26.7.14 © 뉴스1 김영운 기자

"'삼성전자 다닌다'고 차마 말 못 한다. 그 얘기 하는 순간 '얼마 받냐'는 질문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답하는 게 너무 구차하고 가슴이 아파서 이제 삼성전자 다닌다고 말 안 한다"
이호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수원지부장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14일 오전 11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정문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런 두려움을 갖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지부장은 "올해 DX 부문 성과가 안 좋다고 해서 (DX 직원들이) 매년 일하지 않은 게 아니다"며 "(이들은) DX라는 큰 축 아래 삼성전자가 성장해 왔다. 여태껏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DX가 만들어왔고 그 실적이 바탕이 돼 반도체 사업에 투자한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반도체 실적으로 디바이스솔루션(DS) 직원들이 성과급 많이 가져가는 것에는 전혀 불만이 없지만 DX 직원들이 왜 삼성전자 실적에 있어서 소외당하는지 의문"이라며 "(경영진은) 삼성전자 성장에 DX가 기여한 부분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이 지부장은 성과급 배분과 관련해 "DX 직원들이 여태 기여한 노동 가치를 인정한다면 올해와 내년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성과급 배분은 당연히 전(全) 사원이 나눠 갖는 게 맞는다"며 "직원들은 안된다면서 임원들 성과급 배분은 전사 재원(삼성전자 전체재원)으로 나갔는데 얼마나 이율배반적이고 앞뒤 안 맞는 논리모순이냐"고 꼬집었다.

DX 실적이 저조한 데 대해 "일반 직원들 문제인 양 만들어가는 사측에 분노한다"며 "실적이 안 좋은 것은 경영진의 경영 능력이 좋지 않지 않은 것이다. 경영진들은 경영 실패에 책임을 지고 반성하고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을 향해 "사건 발생 3개월이 다 됐는데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마치 옆집 불구경하듯이 지켜만 보고 있다"며 "DX 전 직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 자괴감, 패배감에 대한 보상 방안을 빨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14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중앙문에서 열린 'DX부문 사기진작 및 보상마련 촉구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2026 DX부문 사망선고 위로를 위한 조문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7.14 © 뉴스1 김영운 기자


전삼노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수원사업장 중앙문 앞 집회 신고 구역에서 'DX 구성원 사기 진작 및 보상 방안 마련 촉구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삼노 측은 "최근 DX 부문 구성원들이 느끼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과 사기 저하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회사에 전달하고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기 진작 및 보상 방안을 촉구하기 위해 집회를 마련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집회 현장에는 '삼성전자 DX 부문의 죽음'을 암시하는 분향소가 설치됐다. 주변에는 "잊힌 헌신을 애도합니다, MX사업부" "경영진은 현장의 절망에 답하라, 무책임한 노태문은 사퇴하라" 등 글귀가 적힌 십여개 근조화환들이 세워져 있었다.

DX 직원 수십 명은 회사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취지로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줄지어 분향소로 향했다. 이들은 방명록을 작성하고 '회사가 외면한 DX의 현실입니다'라고 적힌 근조 표지판 앞에 헌화했다.

이어 '회사에 한마디' 부스로 이동해 자필로 다양한 의견을 적었다. 한 남성 직원은 "자랑으로 여기던 회사가 한순간에 지옥이 됐다"며 "자부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라는 이름의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적었다.

다른 직원은 "DX는 삼성의 얼굴이고 자부심"이라며 "경영진은 부디 함께 땀 흘려 오늘의 삼성을 만든 직원들 노고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같은 회사, 같은 권리", "경영진은 각성하라", "무책임한 회사, 직원들을 우롱하지 말라" 등등 글귀들이 눈에 띄었다. 전삼노는 이 같은 자필 메모들을 모아 경영진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DX에서 15년간 근무했다는 40대 남성 이 모 씨는 분향소를 나오며 "사업부가 다르긴 해도 같은 회사"라며 "같이 노력해서 이렇게 회사를 성장시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S가 성과급을 많이 받는 것에 대해 질책한다기보다는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DX에 불리하게 적용된 것들이 바로잡아 줬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20년간 근무했다는 한 남성 직원은 "성과급이 불합리하게 결정된 것에 열받아서 나왔다"면서 "투명한 경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 협상 타결로 DS 부문 직원은 최대 6억원에 가까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DX 부문 보상은 6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이날 집회를 개최한 전삼노는 2019년 전후로 삼성전자 무노조 경영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산하로 출범했다. DX 부문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또 다른 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오는 15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인근에서 4000여명 규모의 조합원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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