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오뚜기 카레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도 식품업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이란의 군사적 긴장으로 나프타 가격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플라스틱과 비닐, PET병, 캔 등 포장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입 원재료 비용까지 크게 늘고 있다. 식품업계는 밀과 대두, 식용유, 코코아, 커피 등 상당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이 오를수록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원부자잿값 등 사실상 안 오른 비용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유가와 환율은 물론 물류비까지 원가 부담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며 고 토로했다.
일부 식품업체들은 결국 가격 조정에 나섰다. 오뚜기는 최근 카레와 케챂, 당면, 후추 등 29개 제품의 출고가를 최대 17% 인상했다. 회사 측은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과 환율, 포장재 비용 증가 등을 인상 배경으로 꼽았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도 최근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델몬트 주스 등 44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3% 올렸다. 알루미늄 캔과 PET병, 농축원액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지난달 19일부터 ‘할메가커피’ 제품군 3종의 가격을 각각 200원씩 인상했고, 이디야커피 또한 같은 달 6일부터 매장 내 스틱 커피와 커피 믹스 제품 가격을 4.3∼15.2% 상향 조정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달 9일부터 11개 외식 브랜드의 일부 메뉴와 사이드 토핑, 음료류 가격을 약 11% 올렸다. 앞서 더벤티와 커피빈, 롯데리아 등도 가격 인상 행렬에 가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나설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글로벌 작황 부진과 원부자잿값 상승, 고환율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해외 실적이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내수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원가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환율이나 전쟁 등 한 가지 변수만 관리하면 됐지만 지금은 폭염과 전쟁, 환율, 물류비가 동시에 원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기업들이 상당 기간 비용을 감내해왔지만 이제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 하반기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가시적인 인상 움직임으로 이어지기에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가 엄중하다는 점이 변수다. 가격 담합 조사와 과징금 이슈가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검토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식품업계가 사면초가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