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日은 되는데 韓은 안 되나…단일 처방전 '최저임금' 딜레마

경제

뉴스1,

2026년 7월 16일, 오전 06:00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에서 노·사·공익위원들의 투표로 올해시급 1만320원 보다 380원 오른 1만700원, 3.7% 인상으로 확정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7.14 © 뉴스1 김기남 기자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70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올해보다 380원, 3.7% 오른 금액이다. 월 209시간 기준으로는 223만 6300원이다.

최저임금이 정해질 때마다 논쟁은 같은 궤도를 돈다. 노동계는 생계비를 감당하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경영계는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맞선다.

하지만 현장 인력난은 하나의 인상률로 설명하기 어렵다. 법정 최저임금은 사용자가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임금의 하한선이다. 실제 채용시장에서 형성되는 '구인 시급'에는 노동 강도와 근무시간, 고용 안정성, 출퇴근 거리, 작업환경과 숙련 수준까지 반영된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하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사업체의 구인 인원은 120만 6000명이었지만 실제 채용은 110만 5000명에 그쳤다. 미충원 인원은 10만 1000명, 미충원율은 8.4%였다.

사람을 구하지 못한 이유로는 사업체가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었다는 응답이 26.9%로 가장 많았다. 임금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았다는 응답은 20.5%였다. 인력 부족에 대응해 구인 방식과 채용 비용을 확대한 사업체는 62.6%, 임금 등 근로조건을 개선한 사업체는 32.1%였다.

필요한 숙련을 갖춘 사람이 없거나 야간·교대근무와 높은 노동 강도가 그대로라면 시급을 몇백원 높이는 것만으로 구인난이 풀리지 않는다. 청년층이 빠져나간 지역에 일자리만 남거나 구직자가 원하는 고용 형태와 사업장이 제공하는 조건이 어긋나는 문제도 최저임금 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되면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 보호와 영세사업자의 지급 능력, 업종별 구인난과 숙련 불일치까지 모두 하나의 숫자 안으로 들어간다. 노사는 서로 다른 문제를 시급으로 환산해 맞서고, 심의가 끝나면 인상률만 남는다.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줘야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현상을 최저임금이 불필요하다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은 협상력이 약한 근로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사업장의 낮은 생산성과 취약한 수익구조를 근로자의 저임금으로 떠받치는 방식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반대로 최저임금만 올리면 일자리의 질과 구인난까지 해결된다는 기대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가격 결정력도, 자동화에 투자할 자금도 없는 사업장은 인건비가 오르면 채용과 근로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부족한 일손은 사업주와 가족의 장시간 노동으로 넘어가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영업 규모를 축소하게 된다.

법정 최저임금과 구인 시급의 간극은 일자리별 생산성과 근로조건의 차이를 보여준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더 높은 임금과 나은 환경을 제공하며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영세 사업구조와 낮은 가격 결정력에 갇힌 사업장은 임금을 높일수록 수익성이 흔들린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이 모든 문제의 해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 정책과 구인난 대책을 분리하는 동시에 모든 업종에 하나의 시급을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올해 심의 과정에서도 경영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을 요구했지만, 6월 18일 최저임금위원회 표결에서 찬성 11표, 반대 14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사업 종류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 업종에 동일한 금액이 적용되고 있다.

업종별 구분 적용을 금기시할 이유는 없지만 만능 해법으로 볼 수도 없다. 지급 능력이 취약하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업종의 임금 하한을 낮추면 저임금 낙인을 고착시키고 구인난을 키울 수 있다.

일본이 지역별 최저임금과 일부 산업의 더 높은 '특정 최저임금'을 함께 운영하는 것처럼, 공통의 하한선을 지키면서 업종별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보완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업종과 지역, 사업체 규모별 실제 제시 임금과 채용 소요기간, 미충원율, 이직률, 노동 강도와 생산성에 관한 자료부터 축적해야 한다. 임금이 문제인 곳과 근무환경이 문제인 곳, 숙련 인력이 부족한 곳에 같은 처방을 내릴 수는 없다.

최저임금위는 임금의 하한선을 정하는 곳이지 대한민국의 인력난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문제를 매년 몇백원의 숫자에 밀어 넣으면 근로자는 생활이 어렵고 사업주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뿐이다.사람이 왜 오지 않고, 왜 떠나는지는 최저임금이라는 하나의 숫자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yoonge@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