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세아 제공
택배 상자의 빈 공간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과대포장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주요 택배사들이 해당 규제 대응과 친환경 패키징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이 박스뿐 아니라 비닐 파우치, 스티로폼 포장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e커머스·택배 업계 현장에서는 포장 설계를 손보는 분위기다.
복잡한 예외조항·친환경 인센티브 소비자 체감도 낮춰
16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년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4월 말부터 연 매출 500억 원 이상 이커머스·택배사(제조·수입·판매업체 등)를 대상으로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본격 시행했다. 핵심은 1개 제품의 포장 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포장공간비율을 5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포장공간비율은 포장 박스 안에 제품을 제외하고 남는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제품 크기에 맞는 상자를 사용해 포장재 낭비를 줄였다는 의미다. 다만 규제가 종이 박스뿐 아니라 비닐 파우치와 스티로폼 포장까지 포괄하면서, 업계에서는 규정을 맞추기 위한 박스 모듈 재설계와 작업자 교육 부담이 동시에 커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복잡한 예외 조항이 현장에서의 체감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2개 이상 제품의 묶음 포장(합포), 포장재 재사용, 유리·도자기·점토·액체·반액체·녹는 제품, 길거나 납작한 이형 제품 등은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완충재 역시 제품 체적에는 포함하지 않고 종이 완충재를 사용할 경우 포장공간비율 기준이 70% 이하로 완화된다.
친환경 포장 인센티브도 변수다. 재생 원료 20% 이상을 섞은 비닐 포장재에는 포장공간비율 60%까지, 종이 완충재를 쓰면 70%까지 허용해서다. 완충재는 제품 체적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상으로는 빈 공간을 종이·재생 원료 기반 비닐 완충재로 꽉 채우는 포장도 제도상 가능하다.
환경·소비자단체는 이를 두고 과대포장을 줄이기보다 친환경으로 포장재만 변경하면 과대 포장을 해도 된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과대포장 방지 설루션 팩체크(CJ대한통운 제공)
대형사 중심 AI 설루션·친환경 패키징 투자
CJ대한통운(000120)은 인공지능(AI) 패키징 설루션 '팩체크'(PackCheck)를 앞세워 규제 준수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팩체크는 과대포장 규제의 적용 기준과 예외 규정을 알고리즘으로 통합하고, AI가 분석해 사람이 일일이 판단하던 과정을 자동화한 시스템이다.
CJ대한통운은 풀필먼트센터에 입고된 고객사 상품 정보를 팩체크와 연동해 주문 건별로 과대포장 여부를 즉시 진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규정에 맞는 박스 규격 변경, 종이 완충재 활용 등 개선 방안까지 제시해 작업자가 시스템 권고에 따라 포장을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택배사들과 대형 이커머스, 제지업계도 상자 모듈 세분화, 자동포장 설비, 친환경 포장재 투자로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연 매출 500억 원 이상 기업 대상으로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대형 플랫폼·물류기업은 상자 규격과 포장 알고리즘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규정에 대응하고 있다. 제지·포장업계는 중소형 박스·종이 완충재·재생 원료 비닐 포장재 등 수요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 재편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ESG 흐름과 유럽연합(EU)의 PPWR(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 발효에 발맞춰 재사용·재활용 비율, 포장 단순화 기준 등을 세분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PPWR은 2025년 발효된 데 이어 올해 8월부터 단계 적용에 들어가면서 EU 수출 기업들은 포장 최소화와 재활용성 확보, 재생원료 최소 함량 충족 등 전반적인 포장 설계를 손질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대포장 규제를 강화하는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맞춰 국내에서도 포장 빅데이터와 AI 패키징 설루션이 물류·이커머스·제지업계 전반을 관통하는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대형 상자와 발포 플라스틱 완충재 수요는 줄고 중소형 박스·종이 완충재·재생 원료 비닐 포장재 비중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ideaed@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