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부 지역 낮 최고기온이 43도를 웃도는 등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바르소비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6.6.23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프랑스 44도, 독일 41도, 체코 42도. 연일 쏟아지는 '유럽 폭염' 뉴스에 올여름 유럽행 항공권을 끊어둔 여행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에펠탑 등 주요 관광지 운영이 단축되고 유럽 전역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취소 러시' 우려도 커졌다.
하지만, 현지와 여행업계의 분위기는 뉴스 속 풍경과 사뭇 다르다. 최악의 폭염을 몰고 온 '열돔'(Heat Dome) 현상이 이미 한풀 꺾였고, 현지 상황에 맞춰 동선만 영리하게 조정한다면 오히려 쾌적한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6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주요 여행사들은 폭염에 대비해 에어컨이 없는 호텔을 배제하고 한낮 야외 일정을 최소화하는 등 비상 대응 매뉴얼을 가동하고 나섰다. 관광청 역시 북유럽과 산악·해안 지역 등 쾌적한 대안 여행지를 적극 소개하며 여행객들의 불안감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어컨 없는 호텔은 뺀다"… 여행사들 폭염 대응 총력전
여행사들은 현지 상황에 맞춰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폭염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한낮 야외 활동을 최소화하고 차량 이동과 실내 관광지 중심으로 일정을 재편했다. 에펠탑 등 주요 관광지의 운영 시간이 변경될 경우 즉시 동선을 조정하고, 전용 차량 내 생수를 상시 비치하는 등 여행객 안전 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참좋은여행 측은 "야외 도보 이동 동선을 최대한 줄이고 있으며, 유럽 일부 호텔 가운데 에어컨 시설이 부족한 곳은 아예 숙박 일정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열돔은 이미 지나갔다"… 파리 거주자가 전한 '진짜 여름'
파리에서 12년째 거주 중인 사진작가 전이랑 씨는 "몇 주 전 아프리카에서 넘어온 뜨거운 공기가 고기압에 갇히는 '열돔 현상'이 덮쳤을 때는 정말 덥긴 했다"면서도 "하지만 그 위기는 일주일 정도 만에 꺾였고, 지금은 최고기온이 28도 안팎에 머물며 여행하기 더없이 좋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전 씨는 "원래 파리는 여름에도 선풍기만으로 지낼 수 있을 정도라 에어컨 보급률이 높지 않다"며 "한국과 달리 습도가 낮아 그늘에만 들어가도 시원하고 아침저녁으로는 오히려 선선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당장 에펠탑 앞에서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완벽한 날씨"라며 "만약 이상기후가 다시 나타나더라도 가장 더운 오후 2~4시에는 야외 활동을 줄이고 미술관이나 백화점 등 냉방 시설을 갖춘 실내 관광지를 일정에 넣으면 훨씬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탈리아 돌로미티(이탈리아관광청 제공)
서유럽은 '주춤'… 북유럽·돌로미티가 대안으로 '우뚝'
폭염 보도가 연일 이어지면서 예약 흐름에도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다만 업계는 날씨뿐 아니라 환율과 유류할증료 등 비용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참좋은여행은 프랑스 등 서유럽 상품 예약이 지난해보다 10~15%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 여행은 장거리·고가 상품인 만큼 단거리인 일본이나 동남아로 대체되기보다, 계절이 반대인 대양주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며 "현재 최고기온이 18도 안팎인 호주는 예약이 전년 대비 40% 이상 폭증했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 역시 "7~8월 출발 유럽 상품 신규 예약이 다소 주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폭염 이슈와 더불어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 고환율 등 비용 부담이 함께 작용한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하나투어는 대체 여행지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3국(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이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모두투어는 "북유럽은 여름철 대표적인 피서 여행지인 만큼 폭염 우려에도 견조한 예약 흐름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관광청도 폭염을 피할 수 있는 맞춤형 대안 여행지를 적극 추천하고 나섰다. 이탈리아관광청 관계자는 "도심을 벗어나 호수와 바다, 산악 지대를 여행하면 훨씬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며 "한국인이 즐겨 찾는 돌로미티는 도심보다 평균기온이 8~10도나 낮아 여름철 최적의 피서 여행지"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총길이 13km에 달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프라사씨 동굴'과 연중 14~15도를 유지하는 움브리아주 오르비에토의 '지하도시'도 한여름 폭염을 피하며 이색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완벽한 대안 여행지"로 꼽았다.
seulb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