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높은 습도가 이어지는 여름철 실내 환경 관리를 표현한 일러스트. ⓒ News1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전·건자재 업계 경쟁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 에어컨으로 실내 온도를 낮추는 데 집중했다면 이젠 습기를 제거하고 오염된 공기를 내보내는 가전부터 외부 열의 실내 유입을 차단하는 창호·유리·도료까지 넓어지고 있다.
특히 가전업체들은 장마철 급증한 제습기 판매를 발판으로 환기·공기청정 설비와 관리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건자재업체들은 고단열 창호와 로이유리, 차열·방수도료를 앞세워 신축·리모델링 수요를 공략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위닉스의 자사몰과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제습기 판매량은 이달 초 기준 전월 같은 기간보다 140% 증가했다. 전체 유통채널을 합산한 시장 통계는 아니지만 고온다습한 날씨에 제습기 수요가 즉각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일전자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해 장마철인 6~7월 제습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고, 같은 해 4~7월 냉방가전 누적 판매량도 19% 늘었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에어컨뿐 아니라 제습기 등 계절가전 전반의 수요가 확대된 것이다.
제습기서 환기설비까지…계절 수요를 관리 매출로
제습기 시장의 경쟁 기준은 단순 용량에서 소비전력과 소음, 실제 제습 성능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4년 시중 제습기 9종을 시험한 결과 하루 제습량은 제품별로 최대 1.7배 차이가 났고, 최대 풍량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49~57데시벨로 엇갈렸다. 일부 제품은 표시·광고한 제습량과 실제 측정값이 달라 개선 권고를 받았다.
가전업체들은 소비자의 주거면적과 사용 목적에 맞춰 제품군을 세분화하는 동시에 제습 기능을 환기·공기청정 설비로 확장하고 있다. 코웨이는 23리터급 제품에 이어 올해 5월 20리터급 인버터 제습기를 추가해 선택 폭을 넓혔다.독립형 제습기는 설치가 간편해 장마철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지만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고 날씨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좌우된다는 한계도 있다.
경동나비엔은 제습과 환기, 공기청정을 결합한 설비형 제품을 주택과 공공시설에 공급하고 있다. 올해 서울 중구 스마트쉼터 20곳에 관련 제품을 설치했으며, 지난해에는 자사 제품에 한정했던 환기시스템 케어서비스를 모든 제조사 제품으로 확대했다.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필터 교체와 내부 세척, 성능 점검 등 기존 설비의 관리 수요까지 매출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힘펠도 습기가 집중되는 공간별 수요를 겨냥해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욕실 환기가전 '휴젠뜨'에 온풍과 제습·건조 기능을 결합하고, 드레스룸용 제품에는 제습·환기 기능을 적용했다. 집 안 전체를 제습기 한 대로 관리하기보다 욕실과 드레스룸 등 공간별 공기관리 수요를 겨냥하는 전략이다.
설비형 제품은 이동식 가전보다 초기 설치비와 공사 부담이 크고 기존 주택에 적용하기 어렵다. 반면 신축·리모델링 단계에서 배관과 천장 설비에 포함되면 필터 교체와 세척, 성능 점검 등 관리 수요가 장기간 이어진다.가전업계가 계절에 따라 변동이 큰 제습기 판매를 설치와 사후관리 중심의 반복 매출로 확대하는 이유다.
열 들어오기 전에 막는다…규제가 키우는 건자재 수요
건자재업체는 실내에 들어온 열을 처리하기보다 창호와 유리, 도료의 성능을 높여 열 유입 자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물 외피의 단열 성능을 높이면 에어컨과 제습기 가동을 줄여 냉방부하와 에너지 사용량을 함께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 변화도 관련 수요를 뒷받침한다. 2024년 6월 말부터 민간 공동주택의 에너지 성능 기준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5등급 수준으로 강화됐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의 에너지 소요량을 종전보다 약 20% 줄여야 하며, 연면적 500㎡ 이상 신축 건축물은 허가 과정에서 에너지절약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단열조치와 평균 열관류율, 기밀성 창호 등도 주요 평가 대상이다.
LX하우시스는 창짝과 창틀 내부를 여러 공기층으로 나눈 창호 '뷰프레임'으로 신축과 노후주택 교체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KCC글라스는 유리 표면에 금속 박막을 입혀 태양열 유입을 줄이는 로이유리 제품군을 공급하며 건물 에너지 성능 강화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도료업계는 방수와 차열 기능을 결합해 장마와 폭염을 동시에 겨냥한다. KCC는 서울시건축사회와 경로당·어린이집 등 폭염 취약시설 옥상에 차열도료를 시공하는 쿨루프 사업을 진행했고, 삼화페인트도 옥상 누수를 막으면서 표면 온도를 낮추는 차열·방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가전업체는 장마철 제습기 판매를 환기설비와 관리 서비스로 확장하고, 건자재업체는 기후 대응 수요를 ZEB와 노후 건물 리모델링 시장으로 연결하고 있다. 여름 시장의 경쟁도 에어컨 성능을 넘어 열과 습기, 공기 흐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yoong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