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신 총재는 향후 추가 인상 속도에 대해 “앞으로 있을 몇 차례 회의가 모두 살아 있는 회의, 이른바 ‘라이브 미팅’”이라며 “앞으로 나올 데이터 가운데 중요한 것이 워낙 많아 어느 한쪽으로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앞으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특정 시점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달을 포함해 향후 회의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한 가운데 비용 측 물가 압력뿐 아니라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 측 압력까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시장에서는 8월 연속 인상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총재는 현재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모든 구성요소가 상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출은 물론이고 투자와 소비도 상당히 견조해 5월 전망치를 웃도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한 성장세의 배경으로는 반도체 경기 호황을 꼽았다. 반도체 수출과 가격이 급등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됐고, 국내총소득(GDI)이 국내총생산(GDP)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GDP 성장률은 3.8%였지만 GDI 증가율은 13.2%에 달했다.
신 총재는 “이 같은 소득 개선이 강하게 지속해서 현실화된다면 수요 측에서 오는 물가상승 압력에 유의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이례적인 상황에서 수요 측 압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데 금통위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코로나19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해 수요 측 압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사례도 언급했다. 신 총재는 “결국 아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이를 제어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며 선제적인 물가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향후 통화정책을 좌우할 주요 지표로는 다음 주 발표되는 2분기 GDP와 오는 8월 4일 공개되는 7월 소비자물가를 꼽았다. 신 총재는 “GDP 성장세가 얼마나 지속됐는지, 특히 GDI 증가세가 얼마나 이어졌는지 아주 주의 깊게 보겠다”며 “유가가 다소 내렸지만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좌우하는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생활물가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원·달러 환율과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대출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신 총재는 “환율은 몇 주 전보다 다소 안정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 수입물가도 다소 낮아졌지만 전년 동기 대비 20% 높은 만큼, 물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환율은 통화정책의 중요한 고려 요인”고 했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이 주가 하락을 직접 유발한다는 평가에 선을 그었다. 그는 “금리가 주가를 내린다는 평가에는 100% 동의하지 않는다”며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 그 자체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이 교역조건과 GDI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 국내 성장과 물가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5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 실기였다는 지적은 반박했다. 신 총재는 “당시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었지만 경제 흐름을 판단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았고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도 상당히 컸다”며 “한 번 더 지켜보고 가도 된다는 판단이었고 지금도 그 판단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시장에서 다음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관심이 많은데, 8월 연속 인상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최종금리 수준도 3.5%까지 거론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조금 더 상세하게 배경을 설명드리겠다. 모두발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이라는 세 갈래로 나눠 추가로 설명하겠다.
우선 물가를 보면 지난 6월 물가설명회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에너지 충격이 있을 때는 직접효과와 비용 경로를 통한 간접효과, 기업과 가계의 행태를 바꾸는 2차 파급효과가 있다. 직접효과는 연료나 유류할증료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만, 그보다는 간접효과를 좀 더 봐야 한다.
간접효과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여러 비용 경로를 통해 전반적인 재화와 서비스 가격으로 퍼지는 과정이다. 저희 분석에 따르면 그 영향은 6개월 정도에 가장 크게 나타나고 1년 이상 지속되는 포물선 형태를 그린다. 현재 우리 경제에서는 이러한 간접효과가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 유럽도 이러한 간접효과가 2차 파급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6월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성장세가 상당히 강하다. 이번에는 전망치를 발표하지 않지만 8월에 다음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현재 저희 판단으로는 GDP의 모든 구성요소가 상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은 물론이고 투자와 소비도 상당히 견조해 5월 전망치를 웃도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비용 측면에서 간접효과로 퍼지는 물가 흐름에 더해 수요 측에서 나오는 압력도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저희가 아주 이례적인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이 워낙 잘되면서 GDP와 GDI, 즉 국내총소득 간에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돼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더 높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총소득이 국내총생산보다 훨씬 강하게 증가하고 있다. 1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GDP는 3.8% 성장했는데 GDI는 13.2% 증가했다. 이것이 단순히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경제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불확실성이 많지만 이 같은 소득 개선이 강하게 지속해서 현실화된다면 수요 측에서 오는 물가상승 압력에 유의해야 한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수요 측 압력을 흔히 간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 한국은 그해 8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다른 신흥국들은 봄부터 금리를 인상했다. 반면 당시 연준은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판단해 수요 측 압력을 다소 간과한 면이 있었다. 그것이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이러한 교훈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이례적인 상황에서 수요 측에서 오는 압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데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
말씀드린 대로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저희 목표 수준보다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앞으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
우선 다음 주 발표되는 2분기 국민소득 통계를 아주 주의 깊게 보겠다. GDP 성장세가 얼마나 지속됐는지, 특히 GDI 증가세가 얼마나 이어졌는지 볼 것이다. 1분기의 유례없는 수치가 조정되는지, 아니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계속 유지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
8월 4일에는 7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다. 유가가 다소 내렸지만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좌우하는 것은 근원물가다.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 역시 주의 깊게 보겠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환율과 부동산을 보겠다. 환율은 몇 주 전보다 다소 안정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수입물가도 최근에는 다소 낮아졌지만 전년 동기 대비 20% 높은 수준이다. 물가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환율이 수입물가를 통해 통화정책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과 가계대출도 주의 깊게 보겠다. 결국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이러한 데이터를 종합해 판단하겠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물가상승 압력의 정도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속도’라는 표현은 2022년 7월 빅스텝 당시에도 사용됐는데, 이달에 이어 다음 달 연속 인상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봐도 되는가.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한다는 것은 6개월 이상을 의미하는가. 근원물가가 목표 수준에 도달하는 시점은 언제로 보는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외환·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통화정책 경로는 사전에 결정해 놓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발표될 데이터 가운데 중요한 것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단언할 수 없다. 앞으로 있을 몇 차례 회의는 모두 살아 있는 회의, 이른바 ‘라이브 미팅’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책을 운용하겠다. 앞으로 나올 여러 지표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보다 얼마나 오래 높은 상태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물가의 궤적은 통화정책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통화정책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궤적이 달라진다. 저희가 통화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운용한다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보다 높은 상태로 지속되는 기간은 그만큼 길지 않을 것이다.
‘속도’라는 것은 통화정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감안해 정책을 운용한다는 뜻이다. 통화정책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큰 유조선을 운항하는 것과 같다. 하루 이틀이나 며칠 사이에 급격히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경제에 미치는 여러 영향을 감안해 정책을 펴겠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것이다. 다만 현재 한국 주식이 세계적으로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에 추가로 유입될 자금이 얼마나 될지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단기간에 급격하게 유출입되는 성격의 자금은 아니라고 본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최근 정보기술(IT) 수출 호조로 성장세가 확대되면서 GDP갭이 이미 플러스로 전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도 이에 동의하는가. 기준금리 2.75%는 중립금리와 비교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인가. 최근 증시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소비심리 악화와 기업 자금조달 여건 위축으로 금리 인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은 어떻게 보는가.
△성장세가 강화됐다는 것은 저희 내부 판단이다. 다만 GDP갭을 산출하려면 모델을 다시 돌려야 하는데 아직 그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만간 결과가 나오면 알려드리겠다. 지난 기자간담회에서는 내년 초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최근 상황을 보면 그 시점이 조금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기준금리 2.75%가 중립금리 범위 안에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먼저 중립금리의 정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장기적인 균형점에 도달했을 때 경기를 확장시키지도, 긴축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다. 경제가 균형점에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경기가 균형 상태보다 확장적이라면 정책금리를 중립금리보다 조금 더 높게 설정할 수도 있고, 중립금리 범위 안에서도 상단에 가까운 수준을 고려할 수 있다. 단기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계속 점검해 나가겠다. 앞으로 중립금리도 계속 측정하면서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하겠다.
증시의 변동성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주가 변동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주식은 부채나 유동성과 관련된 다른 지표와 달리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되는 경로가 많지는 않다.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로는 대표적으로 부의 효과가 있다. 저희가 측정한 바에 따르면 보유 주식 가치가 100만원 증가했을 때 소비는 약 1만 3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그림에서 보면 효과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되더라도 금융제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나스닥 버블이다. 당시 나스닥지수가 급등한 뒤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금융제도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면 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취약계층이나 최근 빚투에 따른 부실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안정과 금리 인상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가 정부의 적극적인 확장재정과 엇박자를 내거나,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어떻게 보는가.
△취약차주에 대해서는 저희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부분이야말로 정부와 금융당국 간 조화로운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취약계층의 경우 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라면 이를 조정하고 취약차주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까지 지원할 것인지는 도덕적 해이 문제까지 감안해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는 통화정책보다 선별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이 더욱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저희도 정부 및 금융당국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엇박자 문제는 원칙적으로 재정지출의 형태와 성격을 봐야 한다. 재정정책이 경제 전반의 성장 여력을 높이는 투자로 이어진다면 반드시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낸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재정정책이라면 통화정책과 부합할 수 있다. 결국 재정정책의 형태와 규모, 집행 속도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다.
-성장률은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고용률은 석 달 연속 하락했고 청년층 고용 부진도 심각하다. 수출 호조가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긴축 전환이 증시 조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와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에 따른 금융안정 위험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최근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다. 5월 통계는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6월 통계에서는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인 요인과 단기적인 요인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서 고용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구조적인 변화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그러한 큰 흐름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고용상황이 왜 좋지 않았는지를 저희가 경제상황 점검보고서의 박스에서 자세히 분석했다. 분석 결과 중동 전쟁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석유화학이나 연료와 밀접한 제조업, 건설업 등을 보면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고용에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판단한다. 6월에도 고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앞으로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서비스업 고용을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장기적인 구조 변화도 계속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양극화 문제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도 함께 가야 한다. 중앙은행이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지만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정부 및 관계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겠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평가에는 100%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주가에는 다른 변동 요인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 주의 깊게 봐야 할 가격이 있다면 반도체 기업의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 그 자체다. 반도체 가격은 교역조건으로 이어지고 GDI 증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1분기 GDP 성장률 3.8%도 상당히 견조한 수치지만 GDI가 13.2% 증가한 것은 결국 반도체 가격 상승의 영향이다. 수출 물량보다 가격이 크게 오른 결과다.
앞으로 반도체 가격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봐야 한다. AI 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반도체가 단순한 수출품목을 넘어 AI 기반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면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도 당연히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따라서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을 봐야 한다. 반도체는 일반적인 현물상품처럼 가격이 시장에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일부 낮은 등급 제품의 가격지수가 나오기는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반도체 가격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반도체 거래가 장기계약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관련 가격 흐름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와 일부 종목으로 주식시장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두 기업에 생산과 투자가 지나치게 집중되는 현상이 거시경제와 통화정책의 금리·자산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5월에 금리를 동결한 것이 실기였다는 지적에는 어떻게 답하겠는가. 5월 점도표에서는 위원 과반이 연말 기준금리를 3%로 제시했는데 이후 위원들의 견해에 변화가 있는가.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말씀드릴 부분은 없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통화정책에서는 실물경제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주식시장의 급등락에는 국내 수급과 글로벌 요인, 투자자들의 내생적인 움직임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실물경제가 더욱 중요하다. 주식시장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의 효과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한국에서는 그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를 올렸어야 했고 동결이 실기였다는 지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금리를 올릴 수는 있었다. 충분히 선제적으로 인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는 데이터를 충분히 입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현재는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는 추세들이 당시에는 아직 불확실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컸다.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한 번 더 지켜보고 가도 된다는 판단을 했다. 지금도 그 판단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5월 이후 입수된 여러 정보는 당시보다 경제가 더 견조하고 성장세가 강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저희가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 올해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는데, 현재 판단으로는 2.6%는 너무 낮다. 8월 경제전망에서는 성장률 전망치를 상당 폭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5월의 동결 결정은 실기가 아니었다.
점도표는 현재 점검 중이다. 5월 점도표가 발표됐을 때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여러 논의가 있었는데, 이번 내부 논의도 당시 점도표와 대체로 부합했다. 이후 새롭게 입수된 정보도 반영될 것이다. 8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발표되는 점도표를 보면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위원들의 판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거시건전성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고가주택을 대출로 구입할 경우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해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이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가.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수단인가.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통화정책만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다. 그렇지만 거시건전성 정책을 시행하면서 통화정책이 보완적인 역할을 하면 서로의 효과를 증대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은행의 역할과 통화정책을 통한 금융안정 기능은 상당히 중요하다. 다만 제시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대체로 행정적인 정책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반대로 통화정책만으로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어렵다. 두 정책을 함께 운용하면 상호보완적인 효과가 나타나 금융안정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견해가 아니라 제가 국제결제은행에서 근무할 당시 관련 연구를 많이 수행했던 분야다. 관련 문헌은 추후 정리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7월 6일부터 외환시장이 24시간 거래체제로 전환됐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거래를 역내로 가져오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7월 6일부터 외환시장 24시간 거래가 시작됐지만, 이와 함께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도 추진해야 한다. 두 가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은 해외에서 외국인들끼리 원화를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은행의 지급준비금을 통해 결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해당 시스템은 가을에 시범 가동할 예정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외환시장이 24시간 거래체제로 전환됐다고 해서 NDF 시장 거래가 곧바로 축소되지는 않았다. 현재도 NDF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어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역외 선물환 거래를 역내로 끌어들이고 원화 거래를 제도권 안에서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원화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 없이 환율 변동에 베팅하는 거래 구조도 점차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미국과의 금리 차가 축소될 경우 NDF 거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지켜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준비하고 있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발표되면 별도로 설명드리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