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기후변화포럼이 전력망 확충 민간개방을 주제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한정애닷컴)
한전 혼자선 감당하기 어려운 일부 사업에 제한적으로 민간을 참여시키돼 결국은 정부와 한전이 중심을 잡고 주민 수용성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환익 한양대 특임교수(전 한전 사장)는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전력망 확충 민간개방을 주제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전력망 구축이 시급하지만 그렇다고 민간이 국가기간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의 주민 수용성을 한전보다 잘 풀 것이란 기대에는 회의적”이라며 “전력 공급이 절박한 반도체·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병목구간 건설에 참여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중심은 한전 등 공기업이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5월 전체회의에서 전력망 구축 사업의 민간 참여 내용을 담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관련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이 원안대로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그동안 전력망 사업 참여가 제한됐던 민간기업도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위원회 심의를 거쳐 전력망 사업을 맡을 수 있게 된다. 한전은 공기업인 만큼 주민 수용성 확보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유연성있는 대처가 떨어지는 만큼, 민간 기업 특유의 추진력을 활용해보자는 취지다.
조 사장은 그러나 민간의 참여는 전력망 건설이나 자본 참여, 배전망과 수요자 전용망 등에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수준이 현실적이라고 봤다. 민간이 투입된다고 해서 전력망 구축의 가장 큰 어려움인 주민 수용성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조 사장은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세 조건은 (민간 참여가 아닌) 신뢰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 충분한 보상”이라고 강조했다.
충남과 수도권을 잇는 전력망인 345킬로볼트(㎸)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중 충남 당진 서해대교 인근 해상철탑 모습. 한국전력공사는 정부 계획에 따라 2012년 준공을 목표로 2003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했으나 주민·지자체 반발 속 12년 늦은 2024년 들어서야 가동됐다. (사진=산업부)
그는 “한전이 제때 건설하기 어려운 일부 병목사업에 한해 민간이 건설한 뒤 한전에 넘기는 BT(Build-Transfer) 방식을 적용하는 제한적 참여가 전력망 민영화 등 논란을 차단하면서도 전력망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전이 잘할 수 있는 사업은 한전이 하되 한전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의 일부 구간에 민간의 창의력과 자본을 활용해야 한다”며 “전력망 지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민간 참여로 늘어나는 비용보다 큰 곳에 BT 방식을 우선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대연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도 “민간이 보상과 민원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겠지만 그 자체로 주민 수용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순 없다”며 “한전이 송전선로 경로를 밀어붙이는 ‘푸시(push)’ 방식에서 각 지역 주민이 유치를 신청하는 ‘풀(pool)’ 방식으로의 전환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건설사인 GS건설의 정재룡 인프라그리드사업팀 부장 역시 민원 때문에 1조원 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을 포기한 전례를 소개하면서 “민간기업은 토지 수용권이 없어 결국 보상금 외엔 민원 대응 수단이 없다. 토지 확보와 입지 선정은 한전이 맡고 민간은 설계·시공하는 역할 분담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 부장은 설계조달시공(EPC) 일괄 입찰을 먼저 시행해 문제점을 보완한 뒤 BT로 확대하는 단계적 도입이나 지자체가 송전망에 투자해 건설한 뒤 이를 한전에 넘기는 ‘지자체 BT’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제언들에 기후부 전력망정책과 관계자는 “민간이 한전보다 전력망 구축을 더 잘한다는 전제가 아니라 물량과 민원 대응 업무를 분담해 전체 건설 속도를 높이자는 취지”라며 “(민간이 참여하면) 개별 사업비는 더 늘어날 수 있지만 공사 지연과 비싼 발전원 사용 비중을 줄이면 국가 전체적으로 편익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군 한전 전력계통본부 부사장도 “BT 도입은 전력망 전명 개방이 아니라 2030년대 초 집중된 건설 물량을 분담하기 위한 한시 대책”이라며 “전력망 운영을 민간에 개방할 계획은 없다”고 부연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국회기후변화포럼의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도 발전지와 수요지가 떨어져 있어 송전망 건설과 주민 갈등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선언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을 반영한 구체적 이행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