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전경(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지원사업을 찾기 위해 여러 홈페이지를 오가고 같은 서류를 반복 제출하던 방식이 바뀌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필요한 정책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들이 상담과 신청, 보증 절차를 디지털화하며 정책 전달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산하 공공기관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등은 기업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사업 추천부터 신청, 계약·약정까지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도 중소기업의 콘텐츠 제작이나 마케팅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지원기관의 상담과 기업 진단, 정책 추천 방식을 바꾸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의 경영정보를 분석해 필요한 지원사업을 안내하고 서류 제출과 금융지원 절차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722개 사업·67개 창구…지원받는 데도 비용 든다
지원기관들이 서비스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복잡해진 정책 전달구조가 있다. 중소기업빅데이터플랫폼에 등록된 중앙부처의 중소기업·창업·소상공인 지원사업은 722개다. 이 가운데 중기부 사업은 141개이며 나머지 581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17개 부처가 운영한다.
기업이 지원사업을 찾은 뒤에도 기관별 시스템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중진공과 창업지원포털 K-스타트업, 소상공인24 등을 포함한 지원사업 신청창구는 67개로 나뉘어 있고 기관과 사업별 유선 상담번호도 35개가 운영되고 있다.
지원사업 한 건을 신청할 때 기업이 제출하는 서류는 평균 9개다. 가장 많은 사업은 41개의 서류를 요구하고 사업계획서는 평균 14장, 최대 30장에 달한다. 기업을 돕기 위한 지원정책을 이용하려면 적지 않은 정보 탐색과 서류 작성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중기부는 행정기관이 보유한 사업자등록증과 재무제표 등을 직접 연계해 제출서류를 평균 9개에서 4.4개로 줄일 계획이다. 사업계획서 분량도 평균 14장에서 9.4장으로 축소한다.
정부는 계획대로 시행되면 연간 약 502만건의 신청서류와 64만장의 사업계획서가 줄고 기업의 행정부담도 57만시간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 수치는 현재까지 달성한 실적이 아니라 제도 개선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목표치다.
기관별로는 기업이 가장 큰 불편을 겪는 업무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소진공은 '소상공인24'에서 지원사업 공고 확인과 신청을 제공하고 정책자금은 별도의 소상공인정책자금 시스템에서 접수한다.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늘었지만 이용자는 신청하려는 사업에 따라 두 시스템을 오가야 한다. 개별 업무는 디지털화됐지만 하나의 창구에서 전체 절차를 끝내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중진공은 기업 진단과 정책 추천에 데이터와 AI를 활용하고 있다. 'K-Doctor'는 기업의 재무·경영 데이터를 분석해 경영상태를 진단하고 필요한 지원사업을 안내한다. 기업이 AI 도입 수준을 점검하는 AX 자가진단과 경영정보를 바탕으로 산업동향과 강·약점을 분석하는 비대면 진단도 제공한다.
지원사업 공고를 기업이 일일이 검색하는 방식에서 기업 상태를 먼저 분석해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구조를 바꾼 셈이다. 중진공은 정책자금 신청과 전자약정, 대출 내역 조회 등 금융지원 절차도 디지털지점에서 처리하고 있다.
기보는 보증 신청과 자료 제출, 전자약정, 증명서 발급을 묶은 '기보 ONE 플랫폼'을 운영한다. 기업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보증을 신청하고 전자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
세무·보험 자료는 공공 마이데이터와 자동 제출 기능을 통해 전송할 수 있으며 기업 조건에 맞는 보증상품과 창업·연구개발 지원사업을 추천받을 수 있다. 방문 상담과 종이서류에 의존하던 보증 업무를 비대면 금융서비스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소진공은 사업 신청, 중진공은 기업 진단과 정책자금, 기보는 보증 업무를 중심으로 디지털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원기관에서도 이용자의 이동 경로와 반복 업무를 줄이는 것이 운영 효율과 정책 체감도를 높이는 경쟁력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5월 시범운영 발표했지만…공개 서비스는 여전히 분리
기관별 온라인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기업이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같은 서류를 반복해서 제출해야 하는 부담은 줄어들고 있다. 반면 소진공과 중진공, 기보가 자체 플랫폼과 회원체계를 각각 운영하면서 지원기관이 달라질 때마다 다시 로그인하고 기업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은 남아 있다.
개별 기관의 디지털화가 지원정책 전체의 원스톱 서비스로 이어지려면 기관 간 인증과 기업정보, 과거 지원이력을 연결해야 한다. 기업이 어느 기관의 사업인지를 먼저 구분하지 않아도 필요한 지원을 검색하고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중기부는 3월 17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중소기업·창업·소상공인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방안'을 통해 기업마당과 중소벤처24를 합친 '중소기업 통합지원 플랫폼'을 5월부터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플랫폼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 공고를 한곳에서 확인하고 한 번의 로그인으로 신청까지 처리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기업의 업종과 업력, 지역, 과거 지원 이력을 분석한 맞춤형 사업 추천과 대화형 상담 기능은 12월 도입할 계획이다.
기관과 사업별로 35개로 나뉜 유선 상담번호는 2027년부터 1357로 연결한다. 이용자의 상담 목적을 파악해 담당기관으로 자동 연결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제시한 시범운영 시점은 지났지만 7월 현재 기업마당과 중소벤처24는 공개 홈페이지에서 각각 운영되고 있다. 기업마당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사업 공고를 제공하고 중소벤처24는 확인서 발급과 사업 신청, 중기부 소관 민원을 처리하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통합 플랫폼이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더라도 일반 기업이 접하는 공개 서비스는 아직 완전히 합쳐지지 않은 셈이다. 중기부가 이후 공개한 자료에서도 시범운영 참여기업과 연결된 신청창구 수, 이용 건수 등 구체적인 성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정부가 내세운 원스톱 지원의 성과를 판단하려면 시스템 구축 여부를 넘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수치가 공개돼야 한다. 제출서류가 실제로 몇 개 줄었는지, 한 번 입력한 기업정보를 다른 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지, 통합 플랫폼에서 신청까지 마친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가 핵심이다.
온라인 중심의 지원체계가 모든 소상공인에게 편리한 것도 아니다. 고령 소상공인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는 공고 검색과 본인인증, 증빙자료 제출 단계에서 신청을 포기할 수 있다.
소진공은 소상공인24와 정책자금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전국 지역본부와 소상공인지원센터, 통합콜센터를 병행하고 있다. 온라인 신청을 끝내기 어려운 소상공인이 지역센터에서 대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 창구와 기존 상담체계를 함께 유지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새로운 사업을 늘리는 경쟁에서 이미 운영 중인 사업을 필요한 기업에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연결하느냐를 겨루는 서비스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통합 플랫폼이 또 하나의 접속 창구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정책을 찾고 신청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실제로 줄이느냐가 지원기관 디지털 전환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yoong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