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시작하고 첫 공휴일을 맞은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달러·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2026.7.17 © 뉴스1 이호윤 기자
이달 초 1560원에 육박했던 달러·원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원화 가치 상승률이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조달된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기대 속에 수출기업까지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환율 흐름이 급격히 바뀌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성장률 전망 개선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해 연내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가 연 달러 공급 물꼬…환율 3년 8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
1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7일 달러·원 환율 오후 3시30분 기준가(기존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9원 내린 1478.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11일 1472.4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후 거래에서는 중동 긴장이 고조된 영향으로 반등해 7.5원 오른 1486.0원으로 18일 오전 6시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 장중 1560원에 근접했던 환율은 지난 8일 하루 만에 약 30원 급락하며 1500원 아래로 내려왔다.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 지난달 말 주간거래 종가인 1549.4원보다 70.9원 떨어졌다.
월간 변동 폭과 비교하면 2022년 11월 전월 말 대비 105.5원 하락한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당시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다.
이달 원화 가치 상승률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전월 말보다 4.27% 상승했다. 주요 20개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상승률로, 2위인 영국 파운드화(1.45%)의 약 3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4% 하락하는 데 그쳤다.
아시아 통화 가운데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0.08% 상승했고 중국 역내 위안화와 호주 달러, 홍콩 달러도 각각 0.17%, 0.88%, 0.04% 오르는 데 머물렀다. 대만달러는 오히려 1.80% 하락했다.
유로화(0.15%)와 러시아 루블화(0.12%), 스위스 프랑화(0.04%) 역시 달러 대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환율 하락을 촉발한 핵심 요인으로는 SK하이닉스가 ADR의 나스닥 상장을 통해 조달한 약 265억 달러가 꼽힌다.
이달 초까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던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도 진정됐다.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해 7000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려는 리밸런싱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외국인은 최근 한 주 동안 국내 주식을 약 2226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4주 만에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통화 긴축에 나선 점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3년 6개월 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 경영진 및 임직원들이 10일 미국 뉴욕 나스닥 타워에서 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시장 상장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유튜브 캡쳐) 2026.7.10 © 뉴스1
엔화와 동조화 약해져…"하반기 환율 하단 1380원"
원화가 엔화와 달리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엔 재정환율은 약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엔·달러 환율은 이달 초 162엔대 후반까지 치솟은 데 이어 지난 18일에도 162.400엔을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원화 가치는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지난 17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8.11원까지 떨어졌다. 엔저가 심화했던 2024년 11월 26일 906.76원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다.
SK하이닉스의 ADR 조달 자금과 반도체 수출기업의 외화 수입이 시장에 꾸준히 공급되면서 당분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물가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밑돌아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가 완화된 점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수출기업의 환전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증시 과열로 유출됐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시 유입되면서 원화 가치가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환율 변동 범위로는 1380∼1560원을 제시했으며, 3분기와 4분기 평균 환율이 각각 1490원과 1430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와 같은 외환 수급 여건이 이어지면 환율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리적 지지선인 1480원이 무너지면 단기적으로 1450원까지 하락할 수 있고, 하반기에는 1400원대 중반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확대되거나 외국인의 국내 주식 비중 조정이 재개되면 환율이 1500원 선까지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thisriv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