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2026.2.24 © 뉴스1 구윤성 기자
정부가 원화를 '규제통화'에서 '자유교환통화'로 전환하기 위해 24시간 거래에 이어 역외 결제 인프라까지 구축한다. 외국인이 해외에서 원화를 시차 없이 조달·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외환당국은 1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형렬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브리핑에서 "그동안 우리 외환 정책이 외환위기를 예방하는 데 전제를 뒀다면, 원화 국제화는 국제화로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모두 누리겠다는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며 "1999년 외국환거래법 제정 이후 가장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맵의 핵심은 역외에서 원화를 자유롭게 거래·결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에 맞춰 외환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데 있다.
우선 은행 간 외환시장은 지난 6일부터 24시간 운영 체제로 전환됐다. 주말과 1월 1일을 제외하고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미국 서머타임 기준) 중단 없이 거래가 이뤄진다.
정부는 매매기준율 산정 방식도 국내 시장 전체 거래를 가중평균하는 방식(MAR)에서 특정 시간대 거래를 추출해 평균하는 국제 기준(TWAP)으로 내년 1월부터 바꾸고, 야간 자동거래를 위한 전자거래(eFX) 가이드라인도 오는 8월 마련하기로 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자산 평가에 주로 쓰는 글로벌 벤치마크 환율(WMR)에 원화를 편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은은 '역외원화결제망'(가칭)을 새로 구축하기로 했다. 외국인이 해외에 등록된 '역외원화결제기관'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면 국내 계좌 개설 없이도 외국인 간 원화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다. 결제망은 오는 9월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1월 정식 가동될 예정이다.
뉴욕서도 원화 계좌 개설…스테이블코인·CBDC 연계까지 '원화 국제화' 속도
이 국장은 "지금은 뉴욕에 있는 은행에 미국인이 원화 계좌를 만들 수 없지만, 앞으로는 가능해진다"며 "특정 기관을 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요건만 충족하면 등록할 수 있는 등록제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외원화결제기관을 이용한 외국인 간 원화 거래에는 자본거래 사전신고가 면제(국내 부동산 거래는 제외)되고, 은행의 확인 의무도 계좌 정보 등 최소한으로 완화된다. 다만 역외원화결제기관을 거치지 않는 원화 거래는 기존과 같은 신고·확인 절차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와 별개로 외국환거래법령상 자본거래 사전신고 기준 금액도 2배 이상 대폭 상향한다. 외국환은행의 비거주자 대상 외화자금 차입은 현재 미화 5000만 달러 초과 시 재경부 신고 대상인데, 신고 문턱을 더 올리는 방식이다. 구체적 상향 폭은 9월 중 확정해 연내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아울러 역내계정에서 역외계정으로 옮길 수 있는 자율한도(현행 역외외화자산평잔의 10%) 상향과 외국 금융회사의 제3자 외환거래 허용도 함께 검토한다.
정부는 나아가 현행 사전신고 중심의 자본거래 규제를 사후보고 중심 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인프라도 갖춘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맞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국경간 거래 근거를 담은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내년 추진하고, 한은 기관용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연계한 국채 토큰화 실증사업도 내년 진행한다. 국제결제은행(BIS) 주도로 8개국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디지털 국경간 결제 프로젝트 '아고라'에도 정식 멤버로 참여한다.
원화 유동성 공급 방안도 함께 마련됐다. 야간 시간대 역외 결제 유동성이 부족할 가능성에 대비해 1단계로 외국환은행이 외국 금융기관에 일시차입(오버드래프트) 방식으로 원화를 제한 없이 공급하도록 제도화하고, 2단계로 한은이나 정부 외국환평형기금이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증권 결제를 위한 차입 규제도 완화된다. 외국환은행의 원화 차입 한도를 별도로 신설하고, 외국계 증권사 국내법인의 차입 신고 기준 금액을 올리는 한편, 그동안 차입이 금지됐던 외국계 증권사 국내지점의 차입도 허용하는 방안을 9월 중 마련한다.
국내 외국환은행이 비거주자의 원화·외화 자산을 보관·결제·관리하는 '커스터디업'도 새로 제도화해 내년 중 시행한다.
무역금융에서도 원화 활용도를 높인다. 한중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해 한국 수출자에게 원화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다른 국가로 확산한다. 방산·원전 등 해외 정부와의 구매계약에서 원화로 결제할 경우 수출금융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한국수출입은행이 현지 은행에 제공하는 전대금융에 원화 신용 옵션을 추가하는 방안도 올 하반기 마련한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