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2026.7.1 © 뉴스1 김영운 기자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국내총소득(GDI)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큰 폭으로 웃돌면서 두 지표 간 격차가 역대 가장 큰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이런 격차가 과거와 성격이 다른 반도체발 교역조건 개선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소비와 투자 등 내수로 파급되는 효과도 과거보다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을 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한 반면 실질 GDI는 이를 훨씬 웃도는 13.2% 늘었다. 두 지표 간 격차(9.4%포인트·p)는 1960년 이후 최대 폭이다.
한은은 이같은 역대급 격차가 반도체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교역조건 개선이 과거와 세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된다고 짚었다.
2000년대 이후 있었던 세 차례 개선기(2009년, 2015~16년, 2020년)는 모두 국제유가 등 수입물가 하락이 견인했지만, 이번에는 반도체가격 강세에 따른 수출물가 상승이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반도체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92.5% 급등했고, 같은 기간 수출물가 상승분의 73.4%를 반도체를 포함한 IT 부문이 기여했다. 그 결과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국제유가 상승에도 22.8% 올랐다.
수출물가 상승이 반도체 등 특정 부문에 쏠려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혔다. 전체 제조업에서 IT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30% 미만에서 올해 1분기 51%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와 중동 긴장 완화에 따른 유가 안정화 전망을 고려하면, 양호한 교역조건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김다애 한은 조사국 과장은 브리핑에서 "2분기 순상품교역조건지수를 보면 유가가 상승했음에도 반도체가격이 더 크게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며 "중동 불안이 완화돼 유가가 하향 안정되더라도 반도체가격 상승폭이 이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교역조건 개선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이번 교역조건 개선이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과거보다 클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유가 하락형 개선기에는 가계가 소득 증가를 일시적 현상으로 인식해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반면, 수출물가 상승형 개선기에는 소비가 유의하게 늘고 투자도 시차 없이 즉각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 파급 시점을 묻는 질문에 "이번에는 수출가격이 주도하다 보니 기업 이익이 바로 늘어나 투자는 곧바로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소비는 임금이 올라야 체감할 수 있는 만큼 시차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한 과거 유가 하락이 일시적 소득 증가로 인식됐으나, 이번에는 AI발 수요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만큼 소득 여건 개선으로 인식돼 소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재정 측면에서는 법인세·근로소득세·증권거래세를 중심으로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다만 반도체 수출과 세수 증가율 간 상관관계가 코로나19 이후 한층 높아진 만큼, 반도체 업황 변동에 따라 세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한은은 교역조건 개선의 수혜가 IT 등 일부 부문에 편중돼 있다는 점을 변수로 꼽았다. 임금 상승과 자본이득이 한계소비성향과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소득·고자산층에 몰려 있고, IT를 제외한 여타 산업은 업황 부진과 비용 상승 압력으로 투자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 자체도 생산·고용유발효과가 낮고 제조장비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내수 파급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최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고점론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수요 증가에 비해 생산시설 확충 속도가 더뎌 초과수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이 단기간에 고점을 찍고 급락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은 "반도체 호조의 성과가 생산적 투자보다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될 경우 금융불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며 "물가 측면에서도 교역조건 개선 충격이 서비스 등 비교역재를 중심으로 수요측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