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채현 놀로동물행동클리닉 원장이 한국반려동물행동의학협회 제1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강의하고 있다(협회 제공). © 뉴스1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훈련 부족이나 성격 탓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불안'과 '스트레스'라는 근본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는 행동의학적 접근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개와 고양이 모두 행동을 억지로 교정하기보다 환경을 개선하고 필요한 경우 맞춤형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반려동물행동의학협회(KABA·회장 나응식)는 최근 경기수의컨퍼런스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1회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19일 협회에 따르면 '시그널을 읽다, 마음을 잇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나응식 회장과 놀로동물행동클리닉 설채현 원장, 채민경 수의사, 김태협 캣애캣 고양이병원 원장이 강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개(강아지)와 고양이의 불안 행동을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지 최신 지견을 공유했다.
이번 행사는 KABA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공식 학술행사다. 행동의학을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실전 중심 교육으로 마련됐다.
"문제 행동보다 불안의 원인을 먼저 봐야"
첫 강연에 나선 설채현 원장은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훈련 부족이나 보호자의 양육 방식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설 원장은 "같은 행동이라도 사람과 개가 받아들이는 의미는 다르다"며 "눈앞의 행동을 억제하기보다 왜 그런 행동이 나타났는지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이 유전적 기질과 사회화 경험 부족, 환경 변화, 반복되는 좌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분리불안도 보호자와 지나치게 친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과 불안이 누적된 결과인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또 "훈련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환경 관리와 행동 수정, 필요하면 약물 치료를 함께 적용해야 한다"며 "약물은 동물을 재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안을 낮춰 학습과 행동 수정이 가능하도록 돕는 치료"라고 설명했다.
"고양이는 예측할 수 있는 환경에서 안정을 느껴"
나응식 회장(그레이스 고양이병원 원장)은 고양이 행동 문제 역시 스트레스와 환경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회장은 "고양이는 예측할 수 없는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며 "반복되는 스트레스는 행동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레스가 여러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판도라 증후군'을 소개하며 환경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나 회장에 따르면 불안을 줄이려면 숨을 공간과 휴식 공간, 화장실, 급식 장소 등 핵심 자원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좋다. 무제한 자율급식보다 사냥과 탐색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나 회장은 "보호자들의 질문에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행동의학은 이제 임상수의사에게도 필수적인 진료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약물보다 환경 개선이 먼저"
채민경 수의사는 불안 행동 치료에서 획일적인 처방보다 반려동물의 성향과 생활환경, 보호자의 관리 여건에 맞춘 약물 선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채 수의사는 가바펜틴과 트라조돈 등은 같은 약물이라도 개체별 반응이 달라 용량과 조합을 맞춤형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생후 초기 사회화 경험이 장기적인 불안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협 원장은 고양이 행동 치료는 불안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에 대한 통제감을 회복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동거묘 갈등이나 외부 자극에 대한 공포는 공격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약물 치료와 함께 환경 개선과 스트레스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이 겪는 불안도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강사들은 내원한 동물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친화적인 진료환경과 세심한 핸들링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행동의학은 최근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수의계에서도 예방의학과 동물복지의 핵심 분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행동 문제를 조기에 관리하면 파양 예방과 보호자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응식 회장은 "행동의학은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오래 건강하게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진료 분야"라며 "앞으로도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과 최신 지견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