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달라' 아비규환…반도체 팹, 전세계 가능한 모든 곳 지어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19일, 오후 06:32

[서귀포=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올해 제주하계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한 키워드는 ‘메모리 쇼티지(공급 부족)’였다.

◇“비정상 메모리 가격, 더 떨어져야”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현재 메모리 가격은 더 떨어져야 한다”고 거론한 점이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 제주 서귀포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 가격은 비정상”고 말했다. 높은 이익을 내고 있는 주요 공급업체가 가격이 더 내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추정을 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DS부문 기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75~80%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제주 서귀포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제주 서귀포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최 회장은 “(메모리 공급자들이) 계속 가격을 올리려고 하면 시장이 줄고 새로운 참여자가 들어오는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모리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 PC, 모바일 등은 계속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그런 기기들을 접하는 개인들로부터 우리가 공격 받을 것”이라며 “좋은 현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마진율(margin rate·매출 대비 이익 비중)을 내려서라도 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보호하고 같이 키워나가야 한다”며 “그래야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도 유지·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일론 머스크도 반도체 공장을 할 거라고 하는 이유가 ‘이 정도 마진이면 다른 것보다 이걸 해야 하네’ 같은 상황이 된 것”이라며 “좋은 현상이 아니다”고 했다. 최 회장은 “너무 눈 앞에 있는 사과만 다 먹겠다고 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가격이 더 올라갈까봐 걱정한다”며 “시장을 지켜서 내 땅을 잘 가꿔야, 내 농사를 잘 지어야 그 안에서 수확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곳곳서 엄청난 로비와 압력 받아”



최 회장은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을 두고 ‘아비규환’ 표현까지 썼다. 그는 “인공지능(AI) 쪽으로 한정하면 올해보다 내년 수요가 최소 60~100%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다. 전체 반도체로 봐도 최소 50~60% 이상 는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데 내년에 늘어나는 공급량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도 엄청난 로비와 압력을 받고 있다”며 “고객사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까지 경제 안보를 위해 반도체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이를 두고 ‘빠른 대규모 증설’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그는 “수요가 폭발하고 있으니 용인 클러스터의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호남 클러스터 건설 계획을 설명한 뒤 “전 세계에서 과연 어디가 제일 좋고 어디가 제일 빨리, 크게 할 수 있는지 우선순위를 가려서 빨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메모리 생산 ‘속도전’이 마냥 쉬운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함께 거론했다. 그는 “용인 클러스터를 오는 2045년까지 짓겠다는 걸 12년 앞당기기로 발표했는데, 그건 그렇게 쉬운 얘기는 아니다”며 “거의 모든 인력이 이것만 붙들고서 해도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제주 서귀포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제주 서귀포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기업 성장 독려하는 정책 회귀해야”



최 회장은 또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산업계의 볼멘소리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자유 의지를 더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며 “사업주는 주 52시간을 지켜야 하는데, 직원(employee)이 일을 더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본인 성취 등으로 그렇다면 더 하게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으니 낭비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아울러 성장을 독려하는 정책으로 다시 회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체제는 두 개의 축(민주주의·자본주의)으로 돌아가는데, 사람들이 가끔 자본주의를 완전히 망각한다”며 “지금은 이 두 바퀴가 옛날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말로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하고 기업에게 투자하라고 하는데, 실제 성장하는 기업을 도와주는 제도는 많지 않다. 매출이 두 배가 됐다고, 고용을 더 늘렸다고 상(보조금 등의 지원책)을 주지 않는다”며 “기업이 (스스로) 커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성장이 어떻게 나오겠는가. 여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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