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 대상도 대표기업들이 대부분 포함돼 실효성을 갖게 됐다. 적용 대상은 줄이되 가치사슬 공시를 강화하는 위험 중심의 글로벌 공시 흐름과도 부합한다. 사실 반도체 핵심 기업들은 엔비디아 등 글로벌 원청기업의 오랜 요구에 부응해 지속가능성 공시, 2050 넷제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선언 등을 진작부터 해왔기 때문에 국내 규제로 인한 추가 부담은 미미할 것이다.
이와 달리 자본시장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재무 정보와 지속가능성 정보가 같은 시점에 통합돼 법정 공시되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성과 전달·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가격 발견의 효율성이 제고될 것이다. 공시항목 중에는 재무위험과 전환전략이 핵심 정보가 될 것이다. 전사적 감축 목표가 무엇인지, 반도체 팹이 스코프 1(공정가스)을 어떻게 감축할지, 스코프 2(RE100) 전략은 무엇인지, 스코프 3(공급망관리) 전략은 무엇인지에 따라 기업가치는 물론 녹색·전환금융 접근성이 달라지는 셈이다.
다만 기업의 이 같은 적극적 변화를 유도하려면 면책 문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면책의 경계선을 분명히 설정해 기업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자에게는 정보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면책을 각국 자율에 맡기고 있으나 대체로 고의성이 없는 예측정보(재무영향, 시나리오, 감축목표, 전환전략)와 스코프 3를 면책 대상으로 삼고 있다. 우리의 경우 자본시장법뿐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자 관련 법으로부터의 면책도 중요할 것이다. 책임의 경계선이 명확해야 기업들은 기후위험과 기회, 전략을 적극 공시하며 시장과 소통하려 할 것이다.
최종안에서 아쉬운 부분은 스코프 3 정책이다. ISSB 권고(1년 유예)보다 긴 3년 유예를 확정했는데 경쟁국보다 길게 유예한 사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경제를 이끌어 갈 AI 생태계는 스코프 3 배출이 압도적이다. 엔비디아는 전체 배출량의 98%, 삼성전자는 88%가 스코프 3이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후 대응 경쟁력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에서 결정되는 ‘외부 불경제’의 상황인 것이다. 더구나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될 2040년까지는 팹·패키징·데이터센터·발전소 건설에 따른 일회성 스코프 3 배출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원청기업들이 건설, 철강, 자본재 등 업스트림 하청 기업들에 책임 있게 배출 감축을 요구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가 조속히 정비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탄소중립을 위한 중소기업 녹색금융·전환금융도 스코프 3와 직결돼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스코프 3를 통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하청기업에 저탄소 소재·부품 개발을 요구하고 팹 건설에서 저탄소 철강 사용을 요구할 수 있다면 고탄소 배출 부문에 대한 전환금융도 자연스럽게 활성화할 것이다. 지속가능성 공시가 경제구조의 AI 전환과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조력자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