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미국 기업을 부러워하는 한국 사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20일, 오전 05:51

[이데일리 유재희 생활경제부장] 최근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대 모빌리티·배달 플랫폼인 우버(미국 기업)가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의 운영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를 약 21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데스크칼럼]미국 기업을 부러워하는 한국 사회
흥미로운 것은 인수 소식 자체보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 시장의 반응이다. “배민도 이제 미국 기업이 되는 것이냐”, “쿠팡처럼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으면 더 잘될 것 같다”는 말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이후 막대한 자본력과 미국 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성장한 것처럼, 배민 역시 미국 기업의 지위를 얻으면 더 큰 도약과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계산이 자연스럽게 오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시작한 기업이 미국 기업이 되는 것을 부러워한다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다. 한국에서 한국 기업으로 남아 성장하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성장 기업들이 미국 상장을 적극 검토하는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국내 규제 환경에 대한 부담도 깊게 깔려 있다.

실제 한국 사회에서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와 법적·사회적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경영권 방어는 취약하고 상속세 부담도 크다. 여기에 툭하면 최고경영자(CEO)를 옥죄는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다 보니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에 집중하기보다 규제에 대응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국내 기업에 요구되는 잣대가 외국계 기업보다 더 엄격하다고 느끼는 분위기도 있다. 물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에는 더 높은 도덕성과 더 많은 규제를 요구하면서, 외국계 기업에는 글로벌 기준만 충족하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 자리 잡는다면 기업들의 선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같은 시장에서 같은 소비자를 상대로 영업하면서도 국적에 따라 기대와 책임의 무게가 달라진다면, 기업이 ‘어디에 속할 것인지’를 계산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에서 소비하고, 한국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한국에 세금을 내며 성장한 기업들이 어느 순간 ‘한국 기업으로 남는 것’ 자체를 부담으로 느끼는 현실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성장의 과실은 나누되, 성장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환경이라면 결국 남는 것은 피로와 이탈뿐이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고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더 큰 시장을 향한 도전이 아니라 국내 환경을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순간 해외 진출은 성장의 스텝이 아니라 탈출의 통로가 된다.

기업이 떠나면 자본이 떠나고,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며, 미래 성장동력도 함께 약해진다. 기업들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정부와 국회가 기업을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동반자로 바라보고,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를 과감히 손질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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