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6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부진이 엇갈리는 한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소득 개선 효과가 가계와 내수 전반으로 확산하기 전에,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은 대출금리를 통해 취약차주와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먼저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물가·고환율에 고금리 부담까지 더해진 '3고' 환경이 심화하면서 취약 부문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고,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과 내수 경기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호황에 긴축 전환…추가 인상 가능성도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인상했다.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3년 6개월(42개월) 만이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금리 인하·동결 기조를 끝내고 통화정책이 다시 긴축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책을 펴겠다"며 "앞으로 나올 여러 지표에 무게를 두겠다"고 말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도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물가 상승 압력의 정도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금통위가 주의 깊게 살펴볼 지표로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국내총소득(GDI), 7월 근원물가와 생활물가가 제시됐다.
신 총재는 반도체 수출 호조로 올해 1분기 GDI 증가율이 13.2%에 달한 점을 언급하며, 소득 증가가 소비와 투자로 이어질 경우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부동산과 가계대출 역시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금융안정 상황도 추가 인상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대출금리 0.25%p 오르면 이자 3.3조↑…취약차주·자영업자 직격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은 부채 부담이 큰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과 기업소득 증가가 가계의 임금과 소비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 조달비용과 대출금리를 통해 차주의 이자 부담을 비교적 빠르게 높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p 상승할 경우 주택관련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총 1조 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차주 1인당 연간 부담은 평균 29만 6000원 늘어난다.
주택관련대출에는 개별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 등이 포함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주택관련대출 잔액은 1178조 6000억원을 넘어섰다.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 대출금리가 0.25%p 오를 경우 기타대출 이자 부담은 연간 1조 5000억원 증가한다.
주택관련대출과 기타대출을 단순 합산하면 가계의 연간 추가 이자 부담은 3조 3000억원에 달한다. 대출금리가 총 0.75%p 상승하는 경우에는 주택관련대출 5조 5000억원, 기타대출 4조 5000억원 등 총 10조원의 이자 부담이 추가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금리 상승에 취약한 차주의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차주의 올해 1분기 말 1인당 평균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억 3520만원에 달했다. 소득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리 상승이나 경기 둔화가 겹치면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의 부채 부담도 이미 높은 수준에서 고착돼 있다.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은 335.3%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차주의 가계대출이 연 소득의 약 3.4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자영업자 LTI는 지난해 1분기 336.9%에서 같은 해 2분기 337.3%, 3분기 337.1%, 4분기 336.8%를 기록한 뒤 올해 1분기에도 335.3%에 머물렀다. 5개 분기 동안 330%대 중후반에서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비자영업자의 LTI는 223.2%로 자영업자보다 112.1%p 낮았다.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 부담이 비자영업자의 약 1.5배에 달하는 셈이다.
반도체 훈풍 내수로 안 부는데 '3고' 부담은 직격…선별 지원 필요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먹거리 등 생활물가 불안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오르면서 내수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출 대기업과 반도체 기업은 가격 상승과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보고 있지만, 원재료와 에너지를 수입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고환율에 따른 비용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까지 늘어나면 중소·내수기업이 투자와 채용을 줄이고, 가계가 소비를 축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 총재도 최근 고용 부진과 관련해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석유·화학과 연료 관련 제조업,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고용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다만 신 총재는 취약차주 문제를 기준금리로 직접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라며 취약차주에 대해서는 통화정책보다 재정·금융당국의 선별적인 지원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부채를 지속해서 감당하기 어려운 차주에게는 부채조정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으로 전체 성장률과 국민소득이 높아지더라도 그 효과가 내수와 서민경제에 퍼지기 전까지는 경기 양극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금리 인상이 취약차주와 자영업자의 소비 여력을 먼저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 기조와 별개로 채무조정과 정책금융, 중소기업 금융비용 경감 등 선별적인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산업의 연관 효과만 놓고 보면 반도체 호황이 내수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K자형 양극화는 반도체 호황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차주 등은 금리가 높아질수록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고, 이는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금리가 오르면 중소기업은 한국은행의 중소기업 특별대출 등을 활용하고, 서민은 정책금융으로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