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상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의 모습.© 뉴스1 최지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용에만 적용 중인 '시간대별 전기요금제'를 가정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정부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당장은 물가 부담을 이유로 요금 인상에 선을 그었지만, 사용 시간에 따라 전기요금을 달리 매기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장기간 요금 동결로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전력 수요 관리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정책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정용도 '시간대별 요금' 검토…배경엔 한전 재무 악화
20일 정부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검토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에 따른 것으로,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력이 남아도는 시간에는 싸게, 피크타임으로 부족할 때는 비싸게 전기요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용에는 이미 시간대별 차등요금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김성환 기후부 장관의 설명을 들은 뒤에는 "가정용도 나중에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시간에는 요금을 높이고, 수요가 적은 시간에는 요금을 낮추는 것이다. 현재 산업용 전기에는 이미 시간대별 차등요금제가 적용되고 있다.
다만 당장 시행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물가 관리 때문에 가정용 전기요금 개편을 이야기하기 어렵다"면서도 "국민 소득과 물가 여건이 갖춰지면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에너지 바우처 등 별도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요금체계 개편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악화한 한전의 재무구조도 자리하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올 3분기 전기요금도 동결했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13분기, 산업용은 7분기 연속 동결이다.
문제는 요금이 묶여 있는 사이 한전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의 지난해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6조 원에 달한다. 연간 이자 비용만 4조 3000억 원으로, 하루 100억 원이 넘는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 LNG 가격과 계통한계가격(SMP)이 다시 상승하고 환율 부담까지 겹치면서 전기를 많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역마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한전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영업이익이 약 30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정부로서는 물가 부담 때문에 전기요금을 전면 인상하기는 어렵지만, 가격 신호를 통해 전력 소비를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수요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도 지시한 사항으로, 관련 부처에서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사옥.© 뉴스1 서충섭 기자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란…'많이 쓰는 시간엔 비싸게, 남는 시간엔 싸게'
시간대별 전기요금제는 하루 중 전력 수요에 따라 요금을 달리 적용하는 제도다.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오후와 저녁 피크 시간에는 요금을 높이고, 심야나 새벽처럼 수요가 적은 시간에는 요금을 낮추는 방식이다.
현재 산업용 전기는 지난 1990년부터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피크 시간과 심야 시간의 요금 차이가 3배 이상 나는 경우도 있다. 기업들은 생산 공정을 조정하거나 전력 사용 시간을 분산해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국가적으로도 최대 전력수요를 낮추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가정용으로 확대할 경우 세탁기나 식기세척기 사용 시간을 심야로 옮기거나 전기차 충전, 온수기 가동 등을 전기가 저렴한 시간대에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에어컨이나 난방도 피크 시간대 사용을 줄이면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여름철과 겨울철 전력 피크를 낮추고 발전소 추가 건설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많이 생산되는 시간대의 전력 소비를 늘려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가정용 시간대별 요금제가 본격 도입될 경우 연간 전력 수요의 5~8%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스마트 계량기(AMI) 보급 확대와 함께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보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당장 요금 인상 대신 요금체계 개편을 먼저 꺼내든 만큼, 향후 가정용 전기요금 정책의 핵심은 '얼마나 올리느냐'보다 '언제 전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부과하느냐'가 될 가능성이 크다.
euni121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