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직원이 HBM4E 12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삼성전자 제공)/뉴스1
인공지능(AI) 서버와 추론형 AI, 피지컬 AI 확산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이끌면서 과거와 다른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전개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AI 업계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SSD(eSSD)를 중심으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제한적인 생산능력과 장기공급계약(LTA) 확대가 가격과 실적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또 메모리 업황의 변동성 역시 이 과거보다 완화되고,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는 2027~2028년까지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AI 서버, 메모리 슈퍼사이클 이끌어…메모리 시장 확대
20일 시장조사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2026~2028년 D램과 낸드 시장 모두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스마트폰과 PC 교체 수요에 따라 반복되던 메모리 경기 사이클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계기로 구조적인 성장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이어지고, 추론 중심 AI 서비스와 피지컬 AI가 본격 확산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캐머런 추이 JP모건 수석 주식전략가는 최근 진행한 하반기 전망 대담에서 "반도체 수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앤트로픽의 매출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살펴보면 매출은 지난해 12월 90억 달러(약 13조 원)에서 약 3주 전에 450억 달러(약 67조 원)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D램과 낸드 수요와 공급 전망.(단위 %, Gb).(옴디아, JP모건 자료)/뉴스1
D램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D램 수요 증가율은 32.5%로 공급 증가율 22.9%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에는 수요 증가율이 34.4%까지 확대되는 반면 공급 증가율은 21.7% 수준에 머물 것으로 분석된다.
AI 서버 확산에 따라 일반 서버보다 수배 많은 D램이 탑재되고, HBM을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채용이 빠르게 늘어나는 영향이다.
낸드 시장 역시 AI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7년 낸드 수요 증가율은 29.4%로 분석된다. 공급 증가율은 21.2%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에서 활용되는 고용량 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업 가트너가 전망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단위 10억 달러).(가트너 제공)/뉴스1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전체 메모리 시장 규모는 2025년 2160억 달러(약 319조 원)에서 2026년 6330억 달러(약 936조 원), 2027년에는 7480억 달러(약 1106조 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 HBM 매출은 2025년 330억 달러(약 49조 원)에서 2027년 860억 달러(약 127조 원)로 급증하며 메모리 시장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추이 수석 주식전략가는 "AI가 이끄는 매출 증가는 기업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늘리게 했을 뿐 아니라 2027년에도 설비투자가 또 한 번 크게 증가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흐름이 2027년 나아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제한적 증설 여력에 가격·실적 우호적…LTA로 변동성 완화
메모리 공급 확대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은 업황 개선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메모리 업체들이 AI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지만 빠르게 공급량을 충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HBM 생산은 첨단 D램 공정과 패키징 기술, 첨단 장비가 필요해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공급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계속 확대되면서 메모리 가격과 수익성에 우호적인 수급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높은 기술 장벽과 제한적인 공급으로 일반 D램보다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eSSD 역시 AI 서버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반도체 'HBM4E' 샘플을 출하했다.(SK하이닉스 제공)/뉴스1
업계는 AI 인프라 투자가 단순한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기반으로 자리 잡으면서 메모리 시장의 성장성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본다.
추이 수석 주식전략가는 "시장의 의문은 과거 메모리 사이클이 항상 경기순환적인 특성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메모리 사이클은 정점에서 바닥까지 약 18개월 정도 지속됐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AI가 메모리 사이클을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HBM 등장으로 이를 생산하기 위해 기존 생산능력 일부를 HBM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범용 메모리 공급은 과거보다 약 20% 감소한 상태"라면서 "동시에 AI 서버 수요가 기존 범용 메모리 수요까지 끌어 올리고 있어 이번 메모리 사이클이 과거보다 훨씬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 사이에서 체결되고 있는 장기공급계약(LTA)은 불황기를 대비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기존 불황기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이번 사이클에는 반도체 기업이 더 유리한 형태의 계약을 맺으면서 변동성을 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추이 전략가는 "최근에는 LTA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과거에는 장기 계약이 메모리 하강 국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가격 하한선이나 최소 공급 물량 등 기존보다 법적 구속력이 강한 계약 형태로 명시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기업 역시 메모리 사이클의 변동성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2027년, 2028년 실적 가시성이 높아진다면 가업가치 역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j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