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6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90조3641억원으로 지난해 7월 말(164조9294억원)보다 약 15%(25조434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잔액 증가율은 2.6%(17조344억원) 수준에 그쳤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2.1%(15조9874억원)로 중소기업대출보다 더 낮았다.
직전 1년과 비교하면 대기업 쏠림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대기업 대출 증가율은 2.2%, 중소기업 대출은 1.2%였다. 최근 1년간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이 1.4%포인트(p) 오르는 동안 대기업은 12.8%포인트 오른 셈이다. 이 기간 가계대출의 경우 5.5%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대기업 대출 증가율은 신한은행이 19.3%로 가장 높았고, 이어 우리은행(18.5%), KB국민은행(15.6%), 농협은행(15.5%), 하나은행(7.9%) 순이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을 보면 같은 기간 KB국민은행(2.6%), 신한은행 (4.5%), 하나은행(5.8%), 농협은행(0.4%) 모두 증가 폭이 한 자릿수에 그쳤고, 우리은행은 오히려 1.4% 뒷걸음질쳤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부동산 임대업 대출을 줄이면서 중기 대출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다만 중소기업 대출 중 제조업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및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로 기업금융 확대가 불가피했지만,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영세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의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에 대출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로 1년 전보다 0.09%포인트 올랐고, 이중 중소법인 연체율은 0.98%로 1%에 육박했다. 대기업 연체율은 전년 동월 대비 0.09%포인트 올라 0.22%를 기록했다.
문제는 대기업 쏠림으로 중소기업 등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할 경우 생산적 금융 정책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생산적 금융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기업과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겠다는 데 목적이 있는데, 은행들이 위험이 낮은 낮은 대기업 위주로 여신을 확대하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위주로 대출을 늘리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는 합리적 위험 관리지만만 생산적 금융이라는 정책 취지가 시장에서 왜곡된 측면도 있다”며 “결국 금융이 가장 필요한 혁신 중소기업이 소외되는 ‘자금 배분의 양극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기술금융 및 혁신기업 여신에 한해 위험가중치를 낮춰주는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