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의 올해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한풀 꺾일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1분기에는 재고평가이익이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지만, 2분기 들어 유가가 안정되면서 이 같은 효과가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정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 우려만큼 실적 감소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1조49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영업손실 4176억 원)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이지만, 직전 분기(2조1622억 원)보다는 30.9% 감소한 수준이다.
에쓰오일(S-OIL·010950)은 2분기 영업이익이 9592억 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영업손실 3440억원)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이지만, 1분기(1조231억 원)와 비교하면 6.2%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1분기보다는 실적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1분기 영업익은 각각 1조 6367억 원, 9335억 원이었다.
'유가 특수' 끝…이번엔 정제마진 '효자'
1분기와 2분기의 가장 큰 차이는 실적을 이끈 요인이다.
1분기에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 재고 가치가 크게 뛰면서 재고평가이익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정제마진까지 강세를 보이면서 정유4사는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2분기 들어서는 국제유가가 안정되며 재고평가이익 효과가 줄었다. 그럼에도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한 것은 정유사업 본업이 버텨줬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을 만들어 판매했을 때 남는 이익으로, 정유사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통상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2분기에도 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 항공유와 경유 수요가 견조했던 데다 윤활기유 사업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재고평가이익 감소분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정유사들의 실적 전망치가 잇따라 상향 조정된 배경으로 정제마진 개선과 윤활기유 사업 호조를 꼽았다. 특히 러시아와 중동의 정제설비 가동 차질, 중국 소규모 정유사의 낮은 가동률 등으로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제품 가격 강세가 지속된 점이 실적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변수는 다시 중동…정제마진 강세 이어질까
하반기 실적은 중동 정세가 좌우할 전망이다.
최근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다시 높이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했는데, 업계에서는 국제유가보다 정제마진의 흐름이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정유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제품 판매가격도 함께 상승할 수 있지만 원가 부담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얼마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과 글로벌 정제설비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정제마진도 당분간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원유보다 느린 제품 공급 정상화가 하반기 정제마진과 실적의 하방을 지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