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정문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2026년 임금협상에 따른 성과급 격차를 규탄하고 있다. 2026.7.16 © 뉴스1 김영운 기자
#1. 지난 14일 오전 10시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삼성중앙교 인근에는 상가(喪家)에서나 볼법한 근조화환이 늘어져 있었고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삼성전자 노사가 영업이익에 기반한 새로운 성과급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소외된 가전·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DX부문 직원들이 마련한 분향소 현장 모습이다. 근조화환에는 '잊힌 헌신을 애도합니다' '신뢰는 떠났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조문 현장을 찾은 A 씨는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에 다닌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는데 출근만 하면 동료들은 DS(반도체)부문 직원이나 회사를 비방하는 이야기만 한다. 심지어 젊은 직원들은 SK하이닉스에서 경력직원 채용 공고만 하면 다들 지원하기에 바쁜 것 같다. 이러다 회사가 정말 DS부문을 빼고는 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이미 DS부문에 있는 동기들도 DX에 있는 친구들과 손절하는 분위기다. 사내에선 DS·DX부문이 앞으로 공동으로 일을 하거나 서로 지원할 수 있겠느냐는 흉흉한 얘기들이 나온다.
#2. 지난 15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 해마다 여름이면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기본급 인상폭을 두고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졌는데 올해의 키워드는 '성과급'이다. 현대차 노조 역시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소속인 B 씨는 노조의 지침대로 부분 파업에 동참했고 추가 파업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N% 성과급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노사 협상에서 만족할 수준의 성과급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직원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
#3.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가 있는 인천 송도. 지난해 12월부터 노사가 임단협을 벌였으나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노조는 부분 파업에 이어 전면 파업까지 단행했고 연장 및 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준법 투쟁도 이어가고 있다. 생산 공정 일부가 차질을 빚고 있지만 파업이 끝나지 않고 있다. 당초 노조는 영업이익의 20% 배분을 요구했지만 현재는 요구 조건을 다소 낮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 C 씨는 파업이 계속 이어지면서 일부 임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동시에 N% 성과급 합의 사례가 나오고 있기에 '우리도 역대급 성과급 한번 받아보자'는 마음도 크다.
#4. SK하이닉스 물류 하청 업체인 피엔에스로지스 노조는 원청에 성과 배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수억 원대의 성과급을 받지만 하청 노동자는 수백만 원 수준의 상생 장려금에 불과하기에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SK하이닉스에 성과 배분 논의를 위한 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익 10% 성과급 소식에 박탈감을 호소했던 피엔에스로지스 소속 D 씨는 원청이 교섭에 응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2026년 7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N% 성과급이 촉발한 분열이 전염병처럼 우리 사회를 감염시키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 연봉을 몇 배나 상회하는 성과급을 지급하자 이를 지켜본 다른 기업들로 비슷한 형식의 성과급을 달라는 요구가 들불처럼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N% 성과급' 요구 봇물, N차 분열 시작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서 시작한 영업이익 N% 성과급 시스템은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으로 번지면서 한국 사회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른바 'N% 성과급 발(發) N차 분열'이다. N% 성과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 산업계로 번지고 대한민국 사회 내부 갈등까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기에 어디까지 분열 구도가 형성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N% 성과급 제도가 '한강의 기적'을 일군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삼성전자에선 노사 갈등에 이어 노노(勞勞) 갈등이 수습 불가능할 정도로 커졌다. 과거처럼 삼성전(前)자, 삼성후(後)자에서 이제는 '영업익 N% 성과급'을 얼마나 받는지로 결정되는 새로운 계급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실적이 좋지 않거나 적자가 우려되는 산업군까지도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게다가 노동계의 하투(夏鬪)와 맞물리면서 전례 없는 노사 갈등도 예고하고 있다.
N% 성과급을 요구하는 곳곳의 산업 현장에선 공장 돌아가는 소리 대신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조의 집회 소리만 흘러나올 가능성도 있다.
N% 성과급 논란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갈등 지점으로도 꼽힌다. 새로운 성과급 체계에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당했다는 주주들은 사측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기업들은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성과급 논란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한국의 구성원이 느끼는 박탈감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N% 성과급의 기준을 영업이익이 아닌 초과이익으로 지정하고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일대에서 사측의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등 보상 체계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카카오 노조의 파업은 2006년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 설립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2026.6.10 © 뉴스1 김민지 기자
'반도체' 대상 N% 성과급 도입하자…삼성전자 양대축 '분열' 가속화
지난 16일 삼성전자의 수원사업장 인근에선 가전·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DX부문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동행노조 조합원 7000명(주최 측 추산)이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같은 회사 같은 권리' 등을 적은 피켓을 들고 사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지난 14일에도 전삼노 소속 조합원들은 'DX부문 사기 진작 및 보상 마련 촉구 집회'를 열었다.
삼성전자의 주축이었던 이들의 반발은 노사가 지난 5월 합의한 성과급 체계에서 비롯됐다. 같은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상한 없는 영업이익 10%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들 역시 '총파업'을 무기로 사측을 압박했고 비슷한 수준의 합의 도출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도 사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거부하자 "삼성전자는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라는 발언까지 나올 정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전자가 N%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는데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DX부문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DX 소속의 한 직원은 "외부에서 삼성전자에 다닌다고 하면 '너 얼마 받아'라는 질문이 나오기에 이제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명을 말을 못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N% 성과급 제도 도입으로 삼성전자는 결국 두 개의 조직으로 쪼개졌고 양측은 '경쟁 기업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한 분위기다. 사실상 한 지붕 두가족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일부의 N% 성과급 제도 도입을 지켜본 다른 기업의 노조 역시 사측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에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고 사측이 수용하지 않자 매일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 GM 노조도 사측에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기아 노조, 르노코리아 노조 역시 사측에 대한 막대한 성과급 요구를 준비하고 나섰다.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주본부 관계자들이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4·23 투쟁 결의대회'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4.23 © 뉴스1 김영운 기자
반도체 이어 자동차·조선·IT 등에서도 "N% 성과급 달라" 요구 확산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조선, 철강, IT 업계 등 산업계 곳곳에서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거세다. 업황 및 경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기업의 조직원들 역시 성과급 요구 행진에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카카오부터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현대제철 등 막대한 성과급 요구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
원청뿐 아니라 하청업계에서의 N% 성과급 요구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과 엮이면서 N% 성과급을 통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포스코, SK에너지 등 대기업 발주처를 상대로 한 플랜트노조, 한화오션의 웰리브노조 등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N% 성과급에 따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양극화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한 직장인 C 씨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주제는 성과급"이라며 "연봉보다 수배 많은 성과급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E 씨는 "과연 N% 성과급을 받거나 이를 사측에 요구할 수 있는 회사원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대기업 하청업체 직원들도 부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10명 중 7명이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에 대해 과도한 요구라며 비판적인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한 직장인 F 씨는 "영업익의 N% 성과급을 받는다면 만약 적자일 때는 N% 수준에서 급여를 제하고 월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열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14 © 뉴스1
N% 성과급에 노사 이견 '팽팽'…거세지는 주주 반발
물론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N% 성과급은 직원 입장에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측면이 나온다. 노동계에선 성과급은 '노사 협상 대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분배는 노동자와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도 제기해 왔다.
반면, 경제계는 이익 배분으로 인한 금품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기에 단체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재계는 영업이익 등 기업의 이익을 기준으로 나누는 성과급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논거로 제기하고 있다.
N% 성과급에 따른 주주들의 반발 역시 확산하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삼성전자 소액주주의 서명을 모아 20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주주 서한을 공식 제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DS 부문에 대한 N% 성과급이 주주총회 승인 절차 없이 수십조 원의 이익을 유출하는 구조이기에 국민연금이 수탁자로서 막아야 한다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만 약 420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주주이면서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주주들이 등을 돌리면 곧바로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N% 성과급 논란은 우리 산업계의 경쟁력 저하를 유발하는 지점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의 거부가 계속될 경우 직원들의 사기 저하 역시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를 바라보는 중소기업 근로자나 자영업자들은 깊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N% 성과급 지급을 통해 인재 유출 방지라는 기대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가 최근 사업부별 설문조사를 했는데 '향후 2년 내 이직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49.5%가 이직 의사가 있다고 했다. 사업부 가운데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가 81.5%로 가장 높았고 시스템LSI 사업부가 75.4%로 뒤를 이었다. 막대한 성과급 지급 예고에도 절반에 달하는 직원들은 언제나 삼성전자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N% 성과급이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와 양극화를 심화시킬 조짐을 보이자 정부 주도의 사회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N%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토론회를 열고 AI 시대의 분배 구조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했다.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제도를 운영 중인 해외 사례 역시 거의 없는 상황이라 우리나라에 적합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N% 성과급'의 적용 기준을 영업이익이 아닌 초과이익을 기준으로 하고 주주총회에서의 승인, 상한제 도입 등이 주요 해결 방안으로 거론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관훈토론회에서 N% 성과급 논란에 대해 "쟁의 대상이 되는지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프랑스의 이익분배 규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제도는 노사가 협의를 통해 초과이윤 기준, 목표치를 달성했을 경우의 분배 규모와 방식을 정하게 했다. 성과급 상한 역시 두고 있다.
주주들은 성과급 배분에 대해 주총 승인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삼성전자의 영업익 N% 성과급 요구에 반발하고 있는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는 "노조와 경영진이 각 주주를 설득해 주총 의결로 성과 배분을 승인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goodda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