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연대보증 없앴는데 120억 빚 떠안은 창업자…'이해관계인' 조항 손질론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20일, 오전 11:40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120억원에서 매달 약 1억원씩 더 늘어나는 빚.

국내 최대 지식재산권(IP) 콘텐츠 스타트업이자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OGQ 창업자가 떠안은 개인 채무다. 대표가 개인적으로 빌리거나 사용한 돈은 아니다. 회사가 특정 기업 인수를 위해 투자받아 현재도 법인 계좌에 보관 중인 90억원에 연 12%의 이자가 붙은 금액이다. 투자원금은 회사에 남아 있는데 상환 책임은 대표 개인에게 돌아갔다는 점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투자계약서의 '이해관계인' 조항이다. 계약서에는 연대보증이라는 표현이 없지만, 인수가 무산되면 회사와 이해관계인이 투자금을 상환하도록 규정했다. 대표는 회사 계좌에 남아 있는 자금으로 반환하면 된다고 이해했지만, 회사는 상법상 자본으로 납입된 돈을 주주에게 임의로 돌려줄 수 없었다. 투자자는 결국 대표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계약 문구를 근거로 상환 책임을 인정했다.

정부는 창업 실패가 개인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창업자 연대보증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왔다. 그러나 이해관계인 조항을 통해 사실상 같은 책임을 지우는 계약 관행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켓인]연대보증 없앴는데 120억 빚 떠안은 창업자…'이해관계인' 조항 손질론




◇회사가 보관한 90억원+이자…대표 개인 채무로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철호 OGQ 대표는 법원으로부터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합쳐 약 1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신 대표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지난 4월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분쟁은 OGQ가 2021년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를 추진하며 유치한 90억원의 투자금에서 시작됐다. 거래가 무산된 뒤에도 회사는 투자금을 다른 용도로 쓰지 않고 법인 계좌에 보관했으며, 수년간 투자자인 신기술사업금융회사 B사와 투자전문그룹 V사에 잔액증명서를 전달했다.

인수가 무산되자 투자자는 계약에 따라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다. 다만 회사 자본으로 납입된 투자금은 일반 채무처럼 곧바로 돌려줄 수 없었다. 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소각하려면 배당가능이익 등 상법상 요건과 절차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 대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투자계약서 제18조에는 OGQ와 '이해관계인'이 해당 인수를 하지 않을 경우 주식인수대금을 투자자에게 상환하도록 규정돼 있다. 신 대표는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계약 당사자에 포함됐다. 신 대표는 투자금이 회사에 남아 있었던 만큼, 인수가 무산되면 회사가 반환하면 된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투자자는 회사가 아닌 신 대표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회사가 투자금을 반환하려면 상법상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개인을 상대로 확정판결을 받으면 급여와 부동산, 보유주식 등에 강제집행할 수 있다.

OGQ와 기존 주주들은 차등유상감자와 제3자 매각을 통해 회사 차원의 해결을 추진했다. OGQ 이사회는 2025년 12월 외부 평가기관이 산정한 공정가치로 투자자 보유 종류주식을 취득·소각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그러나 신 대표가 SNS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투자자 측은 모든 주주의 사전 동의 등을 요구하며 절차에 응하지 않다가 강제집행 착수 이후인 지난 6월 18일 처음 동의 의사를 밝혔다.

제3자 매각안도 무산됐다. 지난 2024년 6~7월 한 상장사 계열사는 투자자 보유 지분을 원금 90억원에 매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투자자 측은 이자와 소송비용까지 전액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정 서면에서는 신 대표가 채무를 갚으면 보유 주식을 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감자와 제3자 매각을 통한 해결은 장기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신 대표 측 설명이다.

채권자는 이후 신 대표의 급여와 퇴직금, 부동산을 압류한 데 이어 OGQ 비상장주식에 대한 특별현금화 절차에도 착수했다. 신 대표는 보유 지분의 약 12%만으로도 채권액을 충당할 수 있지만, 집행 방식에 따라 약 32%의 경영권 지분 전체가 매각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회사에는 투자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창업자 개인이 파산에 이르는 것이 타당한지 묻고 싶다"며 "특별현금화 절차가 IPO 핵심 시기와 겹치면서 채권자가 회사 지분을 직접 취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들고 일어난 VC 업계…"제도 사각지대 해소 필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VC 업계에서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채권 회수의 법적 권리와 별개로 다른 주주들까지 기업가치 하락과 경영권 불안의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권리 행사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해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창업자들이 투자 조건만 살필 것이 아니라 투자사의 평판과 과거 회수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권리를 행사했는지까지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SNS를 통해 "창업자들은 변호사 비용을 아끼지 말고 투자받을 곳의 평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성과가 좋았던 회사뿐 아니라 결과가 좋지 않았던 회사의 창업자 2~3명과도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확정판결에 따라 채권을 회수할 권리가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주주가 (포트폴리오사의 성장을 원한다면) 왜 이 같은 방식을 택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다른 의도나 고도로 계산된 판단이 아니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이 특정 투자자의 권리 행사 방식을 넘어 현행 투자계약 구조의 사각지대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창업자 연대보증을 폐지했지만, 민간 투자계약의 '이해관계인' 조항을 통해 투자금 전액을 대표 개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면 사실상 연대보증을 우회적으로 존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털협회 회장은 이데일리에 "이러한 사각지대로 인해 창업자가 피해보는 부분은 협회 차원에서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개인에게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은 VC 본연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행위다. 거듭된 개정을 통해 이런 부분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 대표는 이번 사안을 개별 계약 분쟁을 넘어 벤처투자 계약 관행의 문제로 보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중소벤처기업부에 공식 민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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