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영등포구 KRX한국거래소 브리핑존에서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총괄이 하반기 증시 전망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서한샘 기자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와 중동 불안, 수급 교란이 겹치며 국내 증시가 급락했지만 코스피 6000선이 사실상 저점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총괄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KRX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이 시클리컬(경기순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코스피 6000포인트는 '락바텀'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 완화 이후 재반등을 보였던 지난 3~4월의 학습효과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총괄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3~1.4배를 지수 하단으로 제시했다. 이를 지수로 환산하면 5800~6250선이다. 코스피 선행 PBR은 지난해 초 0.8배에서 최근 2.13배까지 상승한 뒤 현재 약 1.5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김 총괄은 기업 이익 규모가 구조적으로 커지고 주주환원 확대와 상법 개정 등 시장 체질도 달라진 만큼 과거 저점인 0.8~1배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스피가 6000선 초반까지 내려왔을 때 '이제 5000으로 간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매수 가능한 바닥으로 인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 하락은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와 미국·이란 간 갈등 재점화 가능성, 중국 인공지능(AI) 모델의 추격, 외국인 매도와 레버리지 상품 청산 등이 중첩된 결과로 진단했다. 변동성지수인 VKOSPI는 최근 96.9까지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인 89.3을 넘어섰다.
김 총괄은 다수의 악재가 단기간에 선반영되면서 가격 조정이 급격하게 진행됐고, 추가 급락이 나타나더라도 2~3일 내 반등이 가능한 영역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코스피는 6000선에서 장기간 머물기보다는 7000선 초반으로 반등한 뒤 매물을 소화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급락 이전 고점에서 매수한 투자자가 많은 만큼 8000선 중반에서는 차익 실현 물량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 총괄은 "우선 7000선 초·중반에서 다음 주 빅테크 실적과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 AI 설비투자 흐름을 확인하며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며 "8000선 중반을 넘어서면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어 매물 소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이익 증가율이 둔화하는 것과 이익 자체가 감소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 순이익은 2025년 217조 원에서 올해 759조 원, 내년 1019조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증가율은 올해 249%에서 내년 34%로 낮아지지만 이익의 절대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 총괄은 "이익 증가율이 200%대에서 낮아지는 것만 보고 시장이 끝났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내년에도 순이익이 30%대 증가한다는 전망이 유지된다면 이를 이유로 지수가 급격한 가격 조정을 받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AI 투자 축소 우려도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은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올해 설비투자액이 7580억 달러(약 1123조 원)로 전년 대비 82.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29.4%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1~2년간의 현금흐름 악화가 투자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레버리지 상품 보완 대책에 대해서는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데 일부 기여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이날 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한 것은 과도한 가격 조정으로 현 지수대가 바닥이라는 인식이 형성된 영향이 가장 크다"면서도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안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으며 정부의 노력도 시장 안정에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