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초장기기술투자펀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구 산업은행 총괄협력부 부장, 민규식 토닥 대표, 박재홍 우나스텔라 대표,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팀장, 홍원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 김현철 에스벤처스 대표, 안신영 에이스톤벤처스 대표, 박세근 아주IB투자 상무./ 사진 = 원재연 기자
20일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팀장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초장기기술투자펀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딥테크 기업의 성장을 막는 것은 돈만이 아니라 첫 고객과 테스트베드, 양산계약 등 시장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정책 세컨더리 매입 창구나 컨티뉴에이션펀드 경로를 미리 만들어야 민간 장기자금도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초장기기술투자펀드는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분야의 하나로 총 88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산업은행은 정책자금 출자 비중을 77~78%로 높이고 투자기간을 최대 7년, 존속기간을 최대 15년으로 설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현재 대형 1곳과 중형 3곳, 소형 2곳 등 6개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민간 출자자의 장기 자금구속 부담을 줄이기 위해 펀드 결성 후 10년이 지나면 LP 교체도 허용할 계획이다. 기존 LP가 보유한 펀드 지분을 새로운 투자자에게 넘겨 만기 전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국내 벤처 세컨더리 시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지분을 받아줄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LP 교체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더라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민간 출자자는 사실상 15년 가까이 자금을 묶어둬야 한다. 정책금융기관이 매수자로 참여하거나 기존 자산을 넘겨받아 운용을 이어가는 컨티뉴에이션펀드 등 별도의 회수 경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운용사 평가 방식도 초장기 투자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제조업과 딥테크 기업은 기술개발 이후 매출과 사업화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펀드가 10년 이상 마이너스로 평가될 수 있다. 장기투자를 수행한 운용사가 평가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단기 내부수익률보다 기술 상용화와 후속 투자, 기업의 성장 과정 등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신영 에이스톤벤처스 대표는 "제조업은 실적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만기가 13년인 펀드라면 10년 이상 마이너스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초장기 펀드를 운용하는 GP가 이로 인해 평가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별도의 반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투자 이후 기술기업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딥테크 기업은 기술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제품 검증과 인허가, 양산, 첫 매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에 전략적투자자(SI)와 수요기업이 재무적 투자자에 머물지 않고 제품을 시험하고 구매하는 사업 파트너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정부와 대기업이 첫 고객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략적투자자와 수요기업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제품을 시험하고 구매하는 사업 파트너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조달과 관계 부처의 실증사업도 펀드 투자기업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민간 발사체를 만드는 우주 스타트업 우나스텔라의 박재홍 대표는 "처음에는 기술개발 때문에 초장기 인내자본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현재는 규제와 정책의 부재를 극복하는 문제가 기술개발의 어려움을 어느 부분에서는 압도한다고 느낀다"며 "운용사 선정 시 기술을 믿고 투자하는 역량뿐 아니라 정책과 규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네트워킹 역량도 중요한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약 2주 뒤 출자공고를 내고 연말까지 자펀드 조성을 마칠 계획이다. 초장기기술투자펀드가 단순히 만기가 긴 정책펀드에 그치지 않으려면 초기 투자부터 후속 투자, 수요 창출과 회수시장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