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 제조 넘어 데이터·브랜드 기업으로 변신할 것"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21일, 오후 07:27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제조도 중요하지만 판매와 브랜드 중심 기업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잘 만드느냐보다 얼마나 잘 파느냐가 경쟁력입니다.”

60년 역사의 제지기업 깨끗한나라(004540)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제지 제조’라는 제조 중심기업에서 고객 데이터와 브랜드를 앞세운 소비재 기업으로 무게추를 이동하겠다는 것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 12월 HL사업부장으로 합류한 하보영 상무가 있다.

하 상무는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의 차녀 최윤수 보노아 부사장의 남편이다. 최현수 깨끗한나라 대표가 하 상무의 처형이 된다. LG생활건강과 코스맥스를 거친 하 상무는 브랜드와 디지털 커머스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하보영 깨끗한나라 HL사업부장(상무)이 서울 용산구 깨끗한나라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깨끗한나라)
하보영 깨끗한나라 HL사업부장(상무)이 서울 용산구 깨끗한나라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깨끗한나라)
하 상무는 최근 서울 용산구 깨끗한나라 본사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이해하고 브랜드를 키우는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감의 배경에는 실적이 있다. 올 1분기 들어 하 상무가 이끄는 HL사업부는 회사 전체 매출의 52.9%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PS사업부를 넘어섰다.

PS사업부가 백판지 등 산업용 제지를 담당하는 사업부라면 HL사업부는 두루마리 휴지와 물티슈, 생리대 등 생활용품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생활용품이 회사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셈이다.

하 상무가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온라인이었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이던 판매 전략을 자사몰과 네이버, 쿠팡 등 이커머스로 옮기고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집중했다.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 데 쿠폰, 프로모션 등 3000~4000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이를 ‘투자’로 판단했다.

적극적인 모객 효과로 현재 깨끗한나라 자사몰을 이용하는 회원은 30만명을 넘는다. 단순 가입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구매 고객이다. 최근 3개월 안에 활동한 충성 고객만 3만~4만5000명 수준이라는 게 하 상무의 설명이다.

데이터를 활용한 전략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 HL사업부 전략채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했다. 자사몰 매출은 33.9%, 네이버는 46.1%, 쿠팡은 18.8% 늘었다. 상반기 이커머스 매출도 지난해 356억원에서 올해 423억원으로 증가했다.

하 상무는 검색 최적화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제품이 가장 먼저 보이도록 만들었고 리뷰 작성 고객에게 추가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후기를 유도했다. 여기에 사회적 이슈와 계절성을 반영한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면서 인스타그램 조회수는 입사 전보다 최대 1200% 증가했다.

얻어낸 고객 데이터는 CRM(고객관계관리)으로 적극 활용했다. 가령 두루마리 휴지의 평균 구매 주기가 3~3.5개월이라는 점을 분석한 뒤 해당 기간 동안 재구매하지 않은 고객만 선별해 맞춤형 메시지를 발송했다. 타게팅한 고객들이 쏠리면서 자사몰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될 정도로 주문이 몰리기도 했다.

하 상무는 “데이터를 통한 브랜딩이라는 것이 무한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며 “우리 제품에 가치를 넣어 글로벌 다양한 공급처에 어떤 합리적 가격으로 어떻게 더 잘 팔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고객 후기 데이터는 제품 개발 방식도 바꿨다. ‘생활용품’보다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하는 제품’이라는 개념을 앞세웠다. 대표 사례가 쿨링 생리대다. 여름철 답답함을 줄이기 위해 냉감 기능을 적용했다. 쿨링타올 제품도 자극을 줄인 ‘쿨링타올 라이트’ 버전을 출시했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품들이다.

하 상무는 “생활필수품도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을 해결해주면 새로운 가치가 생긴다”며 “결국 깨끗한나라는 생활 문제 해결 기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사진=깨끗한나라)
(사진=깨끗한나라)
깨끗한 나라는 사업 영역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최근 세제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향후 뷰티와 코스메슈티컬, 헤어 디바이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글로벌 전략도 기존 B2B 중심에서 B2C 플랫폼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싱가포르와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했고 미국 아마존 진출도 추진 중이다.

하 상무는 “앞으로는 제조 역량만큼 고객을 이해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커머스나 데이터, 마케팅 투자를 통해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깨끗한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