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펨테크 육성 위해 조 단위 펀드 필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23일, 오후 04:41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국내 펨테크(Femtech) 산업을 키우려면 몇 십억, 몇 백억이 아니라 ‘조’(兆) 단위 펀드를 조성해줘야 합니다. 여기에 몰려 들어 100개의 기업 중에 1~2개 많아야 5개가 크면 이게 성공하는 겁니다.”

펨테크 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규모 투자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산업 생태계부터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미진 수젠텍 대표,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 이명은 현대투자파트너스 차장, 한현욱 차의과대학교 교수, 조백설 이사벨라 대표(사진 왼쪽부터)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펨테크플러스 2026’에서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손미진 수젠텍 대표,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 이명은 현대투자파트너스 차장, 한현욱 차의과대학교 교수, 조백설 이사벨라 대표(사진 왼쪽부터)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펨테크플러스 2026’에서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현욱 차의과대학교 교수는 23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주관해 열린 ‘2026 펨테크 플러스’에 참석해 “기업이 대중화되고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이 산업을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몇십억원, 몇백억원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조 단위의 펀딩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펨테크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월경·임신·출산·난임·폐경 등 여성의 생애주기 건강과 웰니스를 기술로 해결하는 산업을 말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차세대 성장 분야로 주목받으며 대규모 투자와 기업 육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 교수는 “펨테크를 단순히 의료나 복지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며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 등 다른 산업과 연계해 수익을 창출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펨테크는 해외에서는 이미 태동기를 맞고 있다. 패널 좌장을 맡은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독일은 펨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며 “국내도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투자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펨테크는 여성 건강을 넘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통해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유치를 위해 가장 먼저 산업의 개념부터 정립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정부가 산업을 육성하려면 정책적 정의가 먼저 마련돼야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산업 규모와 통계, 투자 기준도 만들 수 있다”며 “초기에는 월경·임신·출산·난임·갱년기 등 여성 생애주기 건강을 중심으로 한 협의의 개념으로 시작하고 이후 AI 기반 건강관리와 정신건강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규제도 걸림돌로 꼽혔다. 조백설 이사벨라 대표는 “국내에서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나오면 먼저 규제를 고민하는 문화가 강하다”며 “미국 FDA 허가를 받은 뒤에야 국내에서도 논의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국내 기업은 해외에서 먼저 허가를 받은 뒤 다시 국내에 들어와야 하는 비효율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펨테크 기업들은 의료기기인지 디지털 서비스인지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며 “의료기기 수준의 임상시험을 요구하면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임상시험 비용 지원과 제품화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창숙 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펨테크플러스 2026’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박창숙 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펨테크플러스 2026’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투자업계는 정부가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명은 현대투자파트너스 차장은 “벤처캐피털은 결국 시장이 성장하는 분야에 투자한다”며 “펨테크가 바이오헬스의 세부 영역으로만 인식되면 니치마켓(틈새시장)으로 평가받아 투자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 혁신성장펀드처럼 어떤 분야를 펨테크로 인정하는지 명확한 투자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LP들이 출자할 수 있는 인센티브와 특화펀드가 함께 마련되면 민간 투자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초기 기업과 성장 단계 기업마다 필요한 자금 규모가 다른 만큼 단계별 투자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