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아웃 아직 멀었다”…소비 침체에도 D램 가격 고공행진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23일, 오후 04:35

[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중국 메모리 업체의 증산과 PC·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반도체 업황의 고점 통과, 이른바 ‘피크아웃’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D램 가격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수요가 생산능력 대부분을 흡수하는 가운데 구형 제품인 DDR4 공급까지 감소하면서 범용 D램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2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DDR4 8Gb(1G×8) 3200의 현물 평균가격은 41.6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5일 39.8달러에서 일주일여 만에 약 4.5% 상승했다. DDR4 16Gb(2G×8) 3200도 81.50달러까지 올랐고 DDR5 16Gb(2G×8) 4800·5600은 50.333달러로 50달러선을 유지했다.

이는 공급업체들이 가격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물량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는 데다 구매자들도 높아진 가격에 부담을 느껴 실제 거래는 제한적인 탓이다. 거래가 활발해서라기보다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유지되는 양상으로 보인다.

DDR4와 DDR5는 PC와 서버 등에 탑재되는 D램 규격이다. DDR5는 DDR4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차세대 제품으로 최신 PC와 AI 서버를 중심으로 채택이 늘고 있다. 통상 새로운 규격이 보급되면 이전 세대 제품 가격은 하락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DDR4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한정된 생산능력을 HBM과 서버용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우선 배정한 영향이다. 업체들은 DDR4 생산 종료를 추진하며 단계적으로 물량을 줄이고 있다. 반면 기존 서버와 기업용 PC, 산업용 장비에서는 DDR4 기반 시스템이 여전히 널리 사용돼 교체·유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공급 감소 속도가 수요 전환보다 빠르게 나타나면서 가격을 밀어 올리는 셈이다.

AI 서버 투자 확대도 D램 공급난을 부추기고 있다. AI 서버에는 HBM뿐 아니라 중앙처리장치(CPU)와 일반 서버를 지원할 대용량 DDR5가 함께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서버 관련 수요가 상류 D램 생산능력의 80% 이상을 흡수해 현물시장에서 주요 업체의 DDR5 다이를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범용 D램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업체들의 생산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고객사와 계약한 HBM 물량은 유지하면서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생산 여력을 서버용 DDR5 등에 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계약 비중이 큰 HBM과 달리 DDR5는 최근 가격 상승분이 판매가격에 빠르게 반영돼 일부 제품의 수익성이 HBM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AI 서버 투자가 이어지고 주요 업체의 DDR4 감산이 본격화하는 만큼 당분간 범용 D램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DDR4는 생산량이 단계적으로 줄고 있지만 기존 서버와 산업용 장비를 중심으로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AI 서버용 DDR5 수요까지 확대되고 있어 범용 D램의 공급 부족과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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