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있으시죠?"…480만원 발톱무좀 치료 패키지의 진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23일, 오후 04:40

(사진=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사진=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발톱무좀 치료에 480만원입니다. 실손의료보험 있으시죠?”

‘조갑백선’(발톱무좀) 증상으로 한달 전 찾은 서울의 A 피부과 의원. 이것저것 검사를 마치고 상담실에 앉자마자 직원이 가장 먼저 건넨 말이다. 기자가 실손보험이 있다고 하자 직원은 곧바로 회원권 안내서를 꺼냈다.

“24회 치료 프로그램이고 총 480만원입니다. 실손보험금을 받으면 본인 부담은 144만원 정도에요.” 그럴싸한 설명을 듣다보니, 얼떨결에 고가의 치료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소견서에는 ‘위장장애 증상이 있어 먹는 경구약 대신 바르는 약으로 유지하면서 레이저 치료를 시행했다’고 적혀 있었다. 기자는 진료 과정에서 위장장애를 호소한 적도, 먹는 항진균제 복용이 어렵다고 말한 적도 없다.

며칠 뒤 다시 찾은 A 피부과 의원. 직원에게 소견서 내용에 대해 캐묻자 “약을 드시면 보험금 청구를 못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험금을 받기 위해 먹는 약이 아닌 비싼 레이저로 치료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자가 추가 취재한 결과, 복수의 피부과 전문의는 무좀 치료시 먹는 약을 우선 처방하되 간 기능과 병용 약물, 부작용 우려에 따라 외용제(바르는 약)나 레이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레이저 치료 여부와 횟수는 환자 상태와 치료 반응을 살펴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도 레이저 치료술을 먹는 약 복용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있는 기술로 평가했다.

기자가 직접 경험한 이러한 사례는 특정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비급여 진료의 대표적 과잉진료 문제로 꼽힌다. 비급여는 치료 횟수나 가격에 대한 표준이 부족해 의료 필요성보다 보험금 지급을 전제로 고가 치료를 선택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과잉 진료가 보험 가입자들의 평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은 17조원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비급여 지급보험금은 9조 7000억원으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2024년 상반기 시장점유율 약 50%인 손해보험사 4개사를 기준으로 가입자의 약 65%는 보험금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았다. 보험금은 상위 9% 가입자에게 전체 지급보험금의 약 80%가 집중됐다.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올해 실손보험료는 평균 7.8% 인상됐다. 특히 손해율이 높은 3세대는 16%대, 4세대는 20%대 인상률이 적용됐다.

이형기 목포대 경영학부 IT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만성 적자인 실손보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게 5세대 보험이지만, 이 같은 상품 구조 개편만으로는 비급여 과잉진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비급여 관리체계 구축과 보험금 지급 기준 명확화, 의료기관의 책임성 강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실손보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사진=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사진=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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