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 뉴스1 김기남 기자
중견 건설사 30곳이 공동주택 등 건설공사 하자 소송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하도급업체에 일방적으로 떠넘기지 않고, 공사대금 일부를 준공 때까지 지급하지 않는 유보금 관행도 폐지하기로 했다.
중동전쟁이나 국제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비상시기에는 하도급업체와 납품단가를 신속히 조정하고, 사내에 하도급분쟁 해결기구를 설치해 대금·단가 관련 분쟁의 자율적 해결에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시공능력평가 21~50위 종합건설사와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는 우미건설과 대방건설, 쌍용건설, 금호건설, 두산건설, 한신공영, 동부건설, HJ중공업 등 중견 건설사 30곳이 참여했다. 지난 5월 28일 19개 대형 건설사와 협약을 맺은 데 이은 두 번째 협약이다.
하자소송 책임 분담·유보금 폐지…비상시 납품단가 신속 조정
공정위는 하도급법 집행을 통해 관련 행위를 제재해 왔지만 보다 효과적으로 시장질서를 개선하기 위해 협약 대상을 시공능력평가 상위 21~50위 중견 건설사까지 확대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하자 소송 책임 분담 △신속한 하도급대금 지급 및 유보금 폐지 △부당특약 시정 △하도급대금 연동제 정착 및 비상시기 납품단가 신속 조정 △하도급분쟁 해결기구 설치 △민관협의체 구성 등이다.
우선 종합건설사가 공동주택 등 건설공사와 관련한 하자 소송이나 조정이 제기된 사실을 인지하면 수급사업자에게 신속히 알리고, 손해배상 책임을 양측의 책임 소재에 따라 분담하기로 했다.
그동안 종합건설사가 소송 제기 사실을 수급사업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하다 패소한 뒤 손해배상액을 하도급업체에 과도하게 떠넘기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
하자 소송 책임 분담은 지난 5월 대형 건설사 대상 협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공정위가 첫 협약 이후 전문건설업체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이번 협약에 새로 추가했다.
기성금 가운데 일부만 하도급업체에 지급하고 잔액은 준공 이후까지 미루는 유보금 관행도 폐지한다.
그동안 일부 건설현장에서는 기성금의 90% 안팎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준공 이후까지 유보해 하도급업체가 노무비 지급이나 원자재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하도급대금을 법령과 계약에 따라 60일 이내에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현금으로 지급하고, 일체의 부당한 유보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산업안전 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하도급업체에 일방적으로 전가하거나 수급사업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부당특약은 자체 점검을 거쳐 삭제한다.
하도급대금은 정당한 기준에 따라 결정하고, 수급사업자가 입찰 과정에서 제출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하도록 요구하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도 하지 않기로 했다.
중동전쟁이나 국제분쟁, 유가·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망 불안 등으로 공급원가가 오르면 원사업자는 하도급대금 조정 협의에 성실히 응하고 합의된 내용을 지체 없이 이행해야 한다.
공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한 경우에는 공사 기간 연장이나 지체상금 면제 등 필요한 계약 조건도 원·수급사업자가 협의해 공정하게 조정한다.
하도급대금 연동제가 건설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기준과 절차도 수급사업자와 협의해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전쟁 등 비상상황에서는 연동제상 조정 주기가 돌아오지 않았거나 향후 거래 단절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추가 비용을 하도급업체가 부담하지 않도록 납품단가를 신속히 조정하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한다.
각 건설사는 하도급대금 분쟁과 단가 조정 등 하도급 관련 현안을 수급사업자와 원활하게 협의하고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사내에 하도급분쟁 해결기구를 설치·운영하거나 이에 준하는 절차를 마련한다.
분쟁 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와 진행 상황도 수급사업자와 성실히 공유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생협약을 체결한 만큼 현금결제비율과 하도급분쟁 해결기구 설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분쟁해결기구는 설치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운영돼 분쟁을 해결한 건수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행 과정을 충실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 뉴스1 김기남 기자
대형사 16곳 현금결제 97% 이상…하도급 거래액 60% 협약 틀로
지난 5월 협약을 체결한 대형 건설사 19곳의 지난해 하반기 현금결제비율을 보면 3개 사를 제외한 16개 사가 97% 이상이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등 7개 사는 현금결제비율이 100%였다.
하도급분쟁 해결기구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사에 모두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11~20위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와 코오롱글로벌 등 2곳에는 설치됐고 4곳은 설치하지 않았다. 나머지 3곳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이 아니어서 설치 여부가 파악되지 않았다.
전문건설업계도 계약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성실시공과 품질·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현장 애로사항과 불공정 사례를 협약 당사자들과 공유하고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도 협력한다.
공정위는 협약 이행에 협조하고 필요한 제도 개선과 정책 마련을 추진한다.
공정위와 종합건설사, 전문건설업계는 협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민관협의체도 구성한다. 협약 이행 상황과 하도급법 집행 동향, 상생협력 모범사례와 현장 건의사항 등을 연 1회 이상 공유할 계획이다.
오는 9월에는 지난 5월 협약을 체결한 대형 건설사 19곳을 대상으로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고, 11월에는 이번 협약에 참여한 중견 건설사 30곳을 대상으로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협약으로 지난해 전체 건설 하도급 거래 6만 1673건 가운데 19.89%인 1만 2269건이 상생협약의 틀에 포함된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전체 건설 하도급 거래액 54조 1316억 원 가운데 59.53%인 32조 2270억 원이 협약 대상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건설산업을 선도하는 상위 50위 건설사들이 상생의 규범에 동참한 것은 우리 건설산업이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는 뜻깊은 행동"이라며 "오늘의 협약으로 건설산업 60%의 공급망 속 모든 사업자와 종업원이 공정한 보상을 받아 성장할 수 있는 큰길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협약 체결 이후에는 종합건설업계의 상생협력 모범사례 발표도 진행됐다.
동부건설은 중동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해 납품단가를 인상한 사례를 소개했다. HL디앤아이한라는 상생협력기금 출연 등 협력사 금융 지원 사례를, HJ중공업은 드론을 활용한 건설현장 안전점검 사례를 각각 발표했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건설사는 △우미건설 △대방건설 △쌍용건설 △금호건설 △두산건설 △한신공영 △효성중공업 △동부건설 △HL디앤아이한라 △반도건설 △호반산업 △동원개발 △신세계건설 △HJ중공업 △자이씨앤에이 △삼성이앤에이 △BS한양 △금강주택 △CJ대한통운 △동양건설산업 △SGC E&C △중흥토건 △대광건영 △진흥기업 △라인산업 △라인건설 △HS화성 △SK에코엔지니어링 △성도이엔지 △서한 등 30곳이다.
seohyun.sh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