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사단법인 한국걷는길연합 공동 주최로 ‘걷기여행길 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해당 법안은 지난 4월 13일 염 의원 등 23명이 대표 발의했으며, 5월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돼 심사 절차를 앞두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걷기여행길 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그동안 부처별로 사업 목적과 근거 법률이 달라 동일한 구간을 두고 중복 사업과 관리 주체 다원화 문제가 제기돼 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 행정안전부는 지역개발과 보행안전, 산림청은 산림휴양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강원 고성에서는 동일 구간이 여러 사업에 중복 편입된 사례가 확인됐다. 송지호 인근 해파랑길 47코스부터 화진포 49코스 종점까지 약 28㎞ 구간에 한때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만든 8개 길의 명칭이 겹치기도 했다. 부처별 사업이 같은 노선을 활용하면서 안내표지와 관리주체가 늘어난 대표적 사례다.
◇전국 통합 통계 부재…법 제정 뒤 전수조사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조성한 걷기여행길을 동일한 기준으로 집계한 정부 차원의 공식 통합 통계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 여행자료실에 등록된 걷기여행길은 540개다. 국가 사업인 코리아둘레길은 해파랑길 50개, 남파랑길 90개, 서해랑길 109개, DMZ 평화의 길 35개 등 284개 코스(약 4500㎞)로 구성돼 10개 광역자치단체와 78개 기초자치단체를 지난다. 다만 지자체가 개별 조성한 노선까지 포함한 전국 단위 전수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김명호 문체부 국민관광진흥과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중앙기관이 관리하는 길은 조사를 시작했지만 지자체가 관리하는 길은 숫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자체에서도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걷기여행길 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는 토론회에서 “기본법은 최소한의 제도적 근거를 만드는 법이어서 선정이나 지원에 관한 모든 세부 기준을 법률에 담을 수는 없다”며 “실태조사 이후 기본계획과 시행규칙에서 구체화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 역시 현재 지원 대상 단체와 연간 소요 예산을 별도로 산정하지 않은 상태다.
◇5년 주기 기본계획과 민간단체 참여 근거 마련
발의안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5년마다 걷기여행길 조성·관리 및 이용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했다. 국무총리 소속 국가정책협의체가 부처와 지자체 사업을 조정하고, 국가통합지원센터가 정보망 구축, 조사·연구, 인증, 홍보 등을 맡는 구조다. 국가와 지자체가 거리와 관할구역 등을 고려해 국가·광역·지역 걷기여행길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도 담겼다.
법안에는 민간단체를 관리운영전담기관으로 지정해 노선 조사, 시설물 관리, 유지·보수, 프로그램 운영 등을 맡기고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은 의무 규정이 아니라 조사와 지정 절차를 거치는 재량 규정이다.
안 대표는 “민간단체들이 원하는 것은 100% 지원이 아니며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고 단체도 후원과 수익사업 등 자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와 부처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제도의 세부 이행 방식을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신규 조성보다 유지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통합기관의 필요성과 기존 관리체계와의 관계를 놓고는 입장이 갈렸다.
산림청은 숲길이 이미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본계획, 지정, 안전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새로운 기본계획과 지원기관이 기존 조직과 중복되지 않도록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노선과 교통, 기상 정보를 통합 제공하되 현장 관리는 기존 전문기관을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는 보행자 안전 우선, 교통약자 보호, 안전시설 설치와 정기점검 등의 안전 관련 규정을 기본법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으며,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문체부는 부처별 의견을 취합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