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0개월 만에 800억 유치…VC가 로봇 데이터에 베팅한 이유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24일, 오후 04:51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사람이 설거지하고 빨래를 개는 장면을 수집해 로봇을 학습시키는 한 스타트업이 독일 사상 최대 규모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이어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고 작업하는 피지컬 AI가 차세대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벤처캐피털(VC)의 관심도 로봇 하드웨어에서 학습 데이터와 현장 적용 역량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사진=마이크로AGI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마이크로AGI 홈페이지 갈무리)


24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로봇 스타트업 마이크로AGI는 최근 허밍버드벤처스와 노스존, 로컬글로벌, 레드알파인 등으로부터 5500만달러(약 805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 설립 약 10개월 만에 이뤄진 투자로, 이는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집행된 시드 라운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마이크로AGI는 사람이 실제 공간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데이터로 수집해 로봇과 AI 모델의 현장 적용을 지원하는 기업이다. 사람이 물건을 집고 옮기거나 공구를 다루는 과정을 학습 데이터로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공장별 설비와 작업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별도 데이터 수집 사업인 ‘시프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뉴욕에서 무료 가정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작업자가 설거지와 바닥 청소, 빨래 정리 등을 수행하는 장면을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한다. 카메라와 센서 장갑을 활용해 손의 움직임과 작업 순서까지 데이터로 축적하는 방식이다.

생성형 AI는 인터넷에 쌓인 글과 이미지, 영상을 학습 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로봇이 현실에서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는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같은 설거지 작업이라도 컵의 모양과 위치, 싱크대 구조, 주변 장애물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형화된 실험실 데이터만으로는 실제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VC들은 이 같은 비정형 작업 데이터를 먼저 확보한 기업이 향후 로봇 시장의 핵심 인프라 사업자로 성장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정 로봇을 판매하는 기업보다 여러 제조사의 로봇과 AI 모델에 데이터를 공급하고, 현장별 학습과 배치까지 담당하는 기업이 더 넓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마이크로AGI가 산업 현장 중심의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회사는 자동차와 물류, 식품 생산 등 반복 작업이 많고 인력 확보가 어려운 업종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 로봇 하드웨어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더라도 현장별 공정과 예외 상황을 학습시키지 못하면 상용화가 어렵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고령화와 제조업 인력 부족도 성장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노동인구 감소와 임금 상승으로 자동화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제조업 공급망을 역내로 되돌리는 리쇼어링 흐름까지 맞물리면서 로봇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마이크로AGI는 이번 투자금을 컴퓨팅 인프라 확충과 데이터 수집망 확대, 미국 시장 진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외신은 "로봇 산업의 경쟁 축이 하드웨어에서 데이터와 운영 소프트웨어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로봇 보급이 본격화할수록 다양한 작업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한 경험이 주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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