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車차] BMW 돼지코, 자세히 안 봐야 예쁘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25일, 오전 12:01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그 똑똑하다는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왜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할까요. 몸에도 좋고 보기에도 좋다지만, 꼭 그래야만 했을까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자동차의 호불호 포인트, 그 이유를 파헤쳐 봅니다. <편집자주>

BMW iX3 전면부 (사진=BMW)
BMW iX3 전면부 (사진=BMW)
BMW iX3가 처음 공개되자 기다리던 팬들의 심정은 복잡미묘했다. BMW의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을 최초로 적용한 양산 모델이자, 첨단 전동화 기술과 SDV 경쟁력을 꾹꾹 눌러 담은 차다. 여러모로 좋은 차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영락없이 돼지코를 연상케 하는 차체 전면부는 낯설기만 했다. 전기차인 iX3는 대형 공기흡입구가 필요하지 않아 그릴 전체가 막힌 패널 형태로 만들어졌다. 좌우 대칭으로 나뉜 ‘키드니 그릴’ 형상은 유지하면서도 좁고 긴 세로형 디자인으로 혁신을 꾀했다. 그리고 혁신은 때때로 고통을 수반한다는 교훈까지 함께 일깨운다.

BMW의 유별난 키드니 그릴 고집이 입방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출시된 BMW X7은 세로로 길고 거대한 그릴 탓에 ‘뉴트리아의 앞니를 닮았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뒤이어 출시된 신형 4시리즈 역시 비슷한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BMW는 차체 디자인이 조용히 시류에 묻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왁자지껄한 논쟁을 일으키는 게 낫다고 확신한 듯하다. 그릴 디자인을 둘러싼 혹평이 잇따르자 당시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은 “대부분의 차량이 비슷비슷해 보여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응수했다.

분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리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BMW만큼은 그릴만 보고 단번에 알아볼 수 있으니까.

BMW 4시리즈 (사진=BMW)
BMW 4시리즈 (사진=BMW)
다른 완성차 브랜드들이 이른바 ‘패밀리룩’ 구축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차종마다 공통된 디자인 문법을 적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기존 고객의 충성도까지 단단히 붙잡으려는 것이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상품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한눈에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디자인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크고 화려하고 과시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근거 없는 억측은 아니다. 실제로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 BMW그룹 디자인 총괄도 중국 고객의 취향이 대형 그릴 설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기도 했으니까.

다만 숱한 혹평에도 끝끝내 키드니 그릴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전통과 정체성을 쉽사리 내려놓지 않으려는 유럽 브랜드 특유의 고집도 단단히 한몫 하고 있는 듯 하다.

이 고집은 경쟁사가 단기간에 흉내 내기 어려운 역사성·정통성을 쌓아 올린 원동력이 됐다. 시류를 좇아 매번 얼굴을 갈아치우는 대신 하나의 디자인 언어를 수십 년간 다듬어 온 덕분이다. 어쨌거나 미우나 고우나 키드니 그릴은 BMW를 상징하는 독보적인 얼굴이다.

BMW 키드니그릴을 풍자하는 이미지 (사진=X캡처)
BMW 키드니그릴을 풍자하는 이미지 (사진=X캡처)
그러나 고집과 아집은 획수 하나 차이다. 쏟아지는 혹평에도 계속 귀를 닫는다면, 전통을 지키는 장인이라기보단 소비자를 외면하고 변화마저 거부하는 완고한 영감으로 비칠 위험도 커진다.

BMW의 기조를 보아하니 앞으로 나올 신차에서도 그릴 디자인을 둘러싼 설왕설래는 계속될 듯하다. 그 선택이 브랜드 정체성을 지켜낸 뚝심이었는지, 소비자 취향을 외면한 아집이었는지는 결국 소비자의 지갑이 판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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