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미국 델타항공 직원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 전년도 이익 일부를 전 직원에게 나눠주는 '이익 공유의 날'이다. 올해 델타항공 직원들이 받은 전체 이익 공유 금액은 총 13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로 전년도 조정 세전이익(79억 3500만 달러)의 16%에 해당한다. 전체 직원 수가 10만 3000여 명인 만큼 1인당 평균 1만 2600달러(약 1800만 원)를 받게 된다.
#2. 프랑스 항공기 제작사 다쏘항공 직원들은 지난 5월 총 1억 7700만 유로(약 2900억 원)를 노동법에 의한 성과급으로 받았다. 전년도 세후 순이익(6억 8100만 유로)의 2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전체 직원수(1만 1000여 명)를 감안하면 1인당 평균 1만 5300유로(약 2500만 원)씩 지급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직원은 현금 대신 근로자저축계좌로 받았다. 세제 혜택을 위해서다.
#3. 엔비디아 직원들은 2026 회계연도(2025년 2월~2026년 1월)에 전년보다 35% 증가한 63억 8600만 달러(약 9조3000억 원)를 주식으로 보상받았다. 같은 기간 순이익(1200억 6700만 달러)의 5.3%에 해당한다. 전체 직원 4만 2000명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15만 2000달러(약 2억 2000만 원)에 달한다. 다만 한꺼번에 받은 게 아니라, 재직을 조건으로 3~4년에 걸쳐 나눠 받게 된다.
'N% 성과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이 눈여겨봐야 할 해외 사례들이다. 해외의 경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특히 기업의 실적에 연동하더라도 상한선이 정해져 있고 이익 규모에 따라 성과급 비율이 달라졌다.
2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항공사들은 이익의 10~20%를, 프랑스와 멕시코는 아예 법으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이익 일부를 근로자에게 배분하도록 했다.
다만 성과급 산정 기준과 지급 방식, 개인별 한도 유무는 차이를 보였다. 델타항공은 항공기 투자에 따른 차입 비용을 성과급 재원에서 제외한다. 특히 적자 시기 임금 삭감 등 고통 분담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제도가 만들어졌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사회가 이익의 몇 퍼센트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할지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와 멕시코는 개인별 한도를 두고 있다. 성과급 폭주를 막을 나름의 '브레이크'가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 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는 곳이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다. 엔비디아·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들은 개인 성과에 따라 현금 보너스와 수년에 걸친 주식 보상을 병행하는 형태가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회사의 이익이 늘어나도 개인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회성 현금 보너스보다 수년에 걸친 주식 보상 비중도 늘리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N% 성과급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회사는 물론 개선안을 마련 중인 정부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美 항공사, 이익 10~20% 성과급 재원으로…신형기 이자 비용 반영·이사회 결정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과급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델타항공이다. 성과급 산식이 고정돼 있는 데다, 상한도 없고 전액 현금으로 지급해서다. 델타항공의 이익 공유 재원은 연간 '조정 세전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연간 조정 세전이익의 최초 25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까지는 10%를, 이를 초과한 금액부터는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은 뒤 개인별 급여에 비례해 밸런타인데이에 현금으로 지급한다.
조정 세전이익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성과급 산식 기준이 되는 영업이익과 다르다.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원가와 판매관리비만 차감하지만, 조정 세전이익은 이자 비용까지 제외한다. 작년에 발생한 6억 7800만 달러(약 1조 원)의 이자 비용은 올해 성과급 재원에서 제외됐다. 통상 항공사에서 발생하는 이자 비용은 대부분 신형 항공기 차입 구매와 리스 과정에서 발생한다. 성과급으로 인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셈이다.
이익 공유 제도는 델타항공이 파산보호를 졸업한 2007년 도입됐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고생한 직원들을 회사가 보상하기 위해서다. 당시 조종사들은 40%, 객실 승무원과 일반 직원들은 9%의 임금 삭감에 합의했다. 고통 분담에 대한 대가를 이익 공유 형태로 돌려받자 '회사가 어려울 때 도와주면 나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믿음이 직원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직원 5만 명이 무급휴직에 동참하는 계기가 됐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델타항공보다 30년 앞선 1973년부터 이익 공유 제도를 운영했다. 1971년 운항 개시 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한 해였다. 통상 연간 조정 세전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나,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이사회가 재원 규모를 확정한다. 항공기 투자나 재무구조 악화 등 경영상 필요가 있다면 이사회가 기본 산식을 수정할 수 있게 해 놨다.
지급 방식도 일시 현금 지급이 아니라 퇴직 저축 계좌에 납입해주는 형태다. 신입 직원의 성과급 권리는 매년 20%포인트(p)씩 확정돼 5년의 근속 연수를 채워야 전액 받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조정 세전이익의 15%인 9700만 달러(약 1400억 원)가 성과급 재원으로 출연됐는데, 이를 직원 수(7만 2000여 명)로 나누면 1인당 평균 1330달러(약 190만 원) 정도 수준이다.
프랑스·멕시코, 노동법으로 이익 배분 강제…'사회보장 기준액' 등으로 개인별 상한
프랑스에는 기업의 제도를 넘어 국가가 법으로 기업의 이익을 근로자들에게 나누도록 한 '파르티시파시옹'(Participation·이익 분배) 제도가 있다. 우파 성향의 샤를 드골 정부 시절인 1967년 100인 이상 고용 기업을 대상으로 도입됐다. 1990년부터는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됐다. 전년도 회사 이익을 기준으로 매년 5월까지 이익을 배분한다.
성과급 재원 산식은 다소 복잡하다. 이익 창출에서 자본과 노동의 기여를 모두 고려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노동법에 따르면 기업의 세후 순이익에서 자기자본 5%를 주주의 투자 수익으로 인정해 차감한 뒤 이를 초과하는 이익부터 근로자 분배 대상으로 삼는다. 노동의 기여도는 총임금이 기업의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계산한다. 주주 몫을 뺀 초과 이익과 노동의 기여도를 곱한 뒤 이 중 절반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다.
개인별 지급액에도 상한이 있다. 프랑스 사회보장 연간 기준액(PASS)의 75%를 넘을 수 없다. 올해 기준 1인당 한도는 3만 6045유로(약 6000만 원) 수준이다. 근로자는 성과급을 즉시 현금으로 수령할 수 있지만, 소득세를 내야 한다. 별도 신청이 없으면 근로자저축계좌에 자동으로 적립되며 5년 뒤 비과세로 인출할 수 있다.
멕시코도 기업의 이익을 노동법에 따라 근로자들과 공유하도록 했다. 1964년부터 시행한 '근로자 이익 분배 제도'(PTU)다. 성과급 재원은 세법상 과세이익의 10%로 고정돼 있다. 연간 수입이 30만 페소(약 2500만 원)를 넘는 모든 기업과 사업주는 PTU 의무 시행 대상이다.
매년 5월 전액 현금으로 지급돼 크리스마스 보너스와 함께 중요한 복리후생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2021년 노동법이 개정돼 개인별 지급액은 '3개월분 임금'과 '최근 3년간 받은 PTU의 평균액' 중 더 큰 금액을 넘을 수 없다. 기업의 PTU 부담이 커지면 미래 투자 재원을 잠식한다는 재계의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과도한 PTU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하도급에 의존해 온 관행도 PTU 상한 설정 필요성을 보여줬다.
엔비디아·구글·MS, 개인별 성과 따라 차등…주식 수년에 걸쳐 나눠서 받아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성과급은 회사 이익의 일정 비율을 공동 재원으로 떼어 전 직원에게 나누는 방식과 거리가 멀다. 성과급은 연간 현금 성과급과 주식 보상으로 구성되며 조직의 목표 달성도와 개인별 인사고과 등을 반영해 차등 결정한다. 회사가 많은 이익을 냈다고 모든 직원의 성과급이 같은 비율로 자동 증가하는 구조가 아니다. 최근에는 일회성 현금 성과급보다 수년에 걸쳐 지급하는 주식 보상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엔비디아는 일정 기간 근무하면 주식을 나눠 받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과 회사가 사전에 정한 실적 목표를 달성해야 주식을 받는 '성과조건부주식'(PSU) 등을 성과급으로 제공한다. RSU는 통상 4년을 재직하면 받을 수 있으나, PSU는 사전에 설정한 목표의 달성 정도에 따라 개인별로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달라지고 목표에 미달하면 한 주도 받지 못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2026 회계연도(2025년 2월~2026년 1월) 주식 보상액은 63억 8600만 달러(약 9조 3000억 원)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구글은 성과급을 현금 보너스와 주식으로 부여한다. 전체 직원에게 '성과에 따른 보상' 원칙을 적용하며, 직급이 높을수록 성과와 연동되는 보상 비율도 커진다. 구글식 RSU인 'GSU'는 개인의 역할과 기여도 등을 반영해 부여 규모를 정한다. 부여된 주식은 일정 기간 계속 근무해야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받을 수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식 보상 비용은 지난해 271억 달러(약 39조 9000억 원)로 1년 새 19% 늘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연간 현금 성과급과 주식 보상을 병행한다. 현금 성과급은 직무별 목표액을 토대로 회사·조직의 실적과 개인별 성과평가 등을 반영해 지급한다. 다만 고위 직원의 연간 성과급의 대부분은 수년에 걸쳐 지급하는 주식으로 제공한다. 2025 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 주식 보상 비용은 119억 7400만 달러(약 17조 6000억 원)로 전년보다 12% 증가했으며, 직원에게 부여한 주식은 4~5년에 걸쳐 나눠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