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다시 100달러 위협…'3高' 장기화, 하반기 한국경제 변수

경제

뉴스1,

2026년 7월 26일, 오전 07:10

국제유가가 급등한 24일 은행 딜링룸에 원유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 뉴스1 김진환 기자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3고'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통화 긴축 국면이 본격화한 가운데 환율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유가까지 치솟으며 한국 경제의 부담이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3고 우려는 경기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수요와 공급 측 물가 압력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유가 상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이에 따라 환율까지 상승할 경우 수입 물가 부담도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명분이 이전보다 더욱 강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해 흔들리자, 유가 100달러 재돌파…'3고' 장기화
지난 23일 국제유가(브렌트유 선물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선 것은 고유가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시장의 경계심으로 이어졌다. 미국·이란 충돌로 원유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내 항행까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브렌트유는 3~5월 평균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다 미국·이란 긴장 완화로 6월 평균 80달러 초반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23일 다시 100달러를 넘긴 뒤 여전히 올해 2분기 평균 가격(97.05달러)을 바짝 뒤쫓고 있다.

시장에서는 홍해 수송 불안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육상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는 우회 수송이 가능하나,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차질을 빚는 경우 이마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원유 수송 차질이 장기화한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교보증권도 지정학적 위험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3분기 중 유가가 최고 16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을 제시했다. 위재현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3월과 달리 전략비축유 방출 등의 수급 버퍼가 상당 부분 약화한 상태"라며 "호르무즈에 이어 바브엘만데브까지 오랜 기간 차질을 빚으면 공급 충격이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시민들이 주유하는 모습 © 뉴스1 오대일 기자

반도체발 역대급 소득…공급·수요 물가 압력 동시에
이번 고유가가 이전과 다른 점은 국내 성장이 당초 예상보다 강하다는 데 있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증가하면서, 예상(0.3~0.4%)을 웃돌았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수출뿐 아니라 설비투자·민간소비 또한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국내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국내총소득(GDI)은 반도체 가격 상승 등 교역조건 개선에 따라 생산(GDP)보다 더욱 큰 폭으로 늘었다. 실질 GDI는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3.2% 급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1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연달아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문제는 급격한 소득 개선이 유가 재급등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소득 증가는 소비 확대를 통해 수요 측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유가 상승은 에너지와 생산 비용을 끌어올려 공급 측 물가를 압박한다. 수요·공급 양쪽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대되고 고금리 국면도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고유가→美 긴축→고환율·금리…악순환 가능성
유가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키우며, 이에 따른 달러 강세는 국내 물가를 한 차례 더 밀어 올릴 수 있다. 고유가가 미국의 긴축 경계감과 달러 강세 경로를 거쳐 달러·원 환율 하락을 제약하고 다시 수입 물가 경로를 통해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식이다.

실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선물시장이 반영하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은 30%대로 높아졌다. 지난주(약 13%)의 두 배를 넘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물가 흐름을 보면 이달 FOMC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동 불안이 장기화하고 원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내 충돌이 지속될 경우 에너지 물가 재상승 우려로 달러 강세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환율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외국인 순매수 등에 따라 하락 기대가 우세하지만, 중동 리스크가 환율의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역성장 우려 희박해도…'전면 봉쇄' 리스크 잔존
한은은 현시점에서 중동 불안이 우리 경제를 역성장까지 끌고 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성장·소득 개선이 에너지 수입 부담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앞서 2분기 GDP 브리핑에서 "예전이라면 성장률이 큰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수출이 수입을 압도하는 상황"이라며 "성장률이 둔화할 수는 있어도 마이너스까지 갈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 정세가 더욱 크게 악화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면 봉쇄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경제는 3고로 압박받는 와중에 성장마저 둔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현영 한은 지출국민소득팀장은 브리핑에서 "현재 수준의 긴장이라면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홍해 통로까지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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