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SR 한계…고액대출에 부담금 부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26일, 오후 06:52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대출을 무조건 막기보단, 고액대출에 대해선 빌리는 비용 부담을 높이자는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이 가계부채 관리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이 방안이 제시된 이후 금융당국도 도입 가능성과 적용 대상을 살펴보고 있다. 다주택자의 주택 관련 대출부터 적용하거나 고가주택·고액대출까지 포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이 대통령,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대출 막는 대신 비용 높여 상환 유도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의 취지와 제도화에 따른 효과·부작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LTV(주택가격 대비 담보대출 비율)와 DSR(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등을 통해 대출 규모를 직접 제한하고 있다.

관리부담금은 대출을 막는 대신 비용을 높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담대를 받은 차주에게 이자와 별도로 대출잔액의 일정 비율을 부과해 대출 축소와 조기 상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가령 연 5% 금리로 10억원을 빌린 차주에게 연 1%의 부담금을 적용하면 연간 이자 5000만원에 부담금 1000만원이 추가된다. 총금융비용이 6000만원으로 늘어 연 6%에 해당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기존 대출규제는 주로 신규 대출을 제한한다. LTV·DSR은 새로 받는 대출의 한도를 정하고, 은행별 총량관리는 일정 기간 취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를 통제한다. 증가세를 빠르게 억제할 수 있지만 투기 수요와 무주택 실수요자를 세밀하게 구분하기 어렵고 이미 실행된 대출을 줄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17일부터 다주택자·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 및 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일시상환 대출은 영향을 받지만 만기가 30~40년인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은 기존 약정에 따라 장기간 유지할 수 있어 규제 효과가 제한적이다.

관리부담금 구상은 기존 대출의 잔액에 매년 비용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 시점까지 기다리지 않고 대출을 보유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상환 유인을 주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다주택자의 주택 관련 대출은 전세대출과 이주비·중도금대출을 포함해 102조9000억원이다.

◇“대출이라는 한정된 자원에 이용료 부과”

이 방안을 제안한 김 연구위원은 대출을 사회적으로 한정된 금융자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택 구입에 은행 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면 기업이나 다른 차주에게 공급할 여력이 줄어드는 만큼 고액대출 이용자에게 추가 비용을 물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대부분이 주담대와 연결돼 있는데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이를 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주담대 수요를 줄이려면 이를 이용하는 사람의 비용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담금은 은행보다 대출받은 차주에게 직접 부과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은행에 부담금을 물리면 이를 전체 주담대 금리에 반영해 소액 대출자에게까지 비용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회사에 부담금을 부과하면 다른 대출자도 함께 부담할 수 있다”며 “고액 주담대 수요를 줄이려면 해당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에게 부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담금은 집값이 아니라 실제 대출잔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방안이다. 집값이 30억원이더라도 대출이 10억원이면 10억원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산정하는 식이다. 확보한 재원은 청년·무주택자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저금리 금융지원에 활용할 수 있다.

도입까지는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가장 큰 쟁점은 대출이자와 별도로 매년 돈을 걷는 것이 사실상 세금이나 준조세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다. 과거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받은 대출에 사후적으로 새로운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중산층은 추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대출을 줄이거나 주택을 팔 수 있지만 자산가는 부담금을 내고 대출을 유지할 수 있다. 돈을 더 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고액대출을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과 대상과 기준도 정해야 한다. 다주택자에게만 적용할지, 1주택자라도 대출액이 많으면 포함할지 결정해야 한다. 기준을 초과한 금액에만 부담금을 매길지 전체 대출잔액에 부과할지에 따라서도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김 연구위원은 “관리부담금 하나를 도입한다고 집값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집값을 잡는 만능수단이 아니라 가계부채가 지금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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