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디자인 회사에서 일경험 인턴을 수료한 청년 A씨의 경험담이다. 일경험 사업은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처럼 청년층 선호 기업에서 직접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도가 높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선 정부가 새로운 사업을 계속 늘리기보단, 이처럼 청년 만족도와 실효가 큰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대상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14일 서울 양천구 한 학원가에서 청소년이 휴대폰을 보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호응 속 청년 일경험 사업을 올해 4만 5000여명으로 추진 예정이다. 인턴형 2만 5000명, 프로젝트형과 ESG 지원형 각 1만명에 사회적가치형 청년 일경험 사업도 올해 500명 규모로 처음 도입했다.
기업이 청년을 일정 기간 정규적으로 고용하면 1인당 최대 720만원씩을 지급하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제도’도 기업의 청년 채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성이 높은 사업으로 평가된다. 비수도권 기업의 경우 2년 이상 근속한 청년에게도 480만~720만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올해 총 9251억원을 들여 11만 5000명의 청년 채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기업들이 청년한테 월급 300만 원을 주는 부담을 갖고 싶지 않으니까 신입을 뽑지 않는 것”이라며 “그럼 절반 정도인 150만 원이나 기업이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을 뺀 임금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면 취업자도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처럼 청년 관심이 크거나 고용 효과가 확실한 사업도 단순한 예산 확대만으론 그 성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일례로 일경험 사업의 경우 청년층 선호 기업은 한정돼 있고, 심지어 일부 기업에선 인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경험 인턴 경험자는 “어렵게 들어갔는데 경력에 도움 안 되는 일을 시키거나 그냥 자기소개서를 쓰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기업 현장에 따라 인턴이 전담 멘토의 지도를 받아 실제 프로젝트 결과물을 만드는 기업 사례도 많지만, 다른 한편으론 정부가 시키니 인턴을 뽑았지만 막상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아무것도 안 시키고 끝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지원사업도 무작정 늘리는 데는 제약이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의 실효가 크다고 보고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때 사업 예산을 증액하기도 했지만 총 7914억원의 예산 중 9.2%에 이르는 726억원이 쓰이지 못한 채 불용된 가운데, 올해 예산을 대폭 늘린 것이다.
사업의 실효를 높이기 위해선 예산 확대에 앞서 대상 범위를 확대하거나, 비수도권 주거 문제나 금융·복지 등 다른 청년 지원정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청년 구직자와 전문가들은 첫 사회경험, 그리고 그 이후의 대기업 이동 기회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부터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고, 취업 후 경력을 쌓아 희망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도 좁아지면서 아예 구직 활동 자체를 멈추는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이를 막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정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은 신규 채용이 막히면 구직을 단념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기 때문에 실업률보다 쉬었음 지표를 더 큰 위기의 신호로 봐야 한다”며 “인공지능(AI)이 취업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문을 여는 도구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경력을 쌓으려 지원한 실습기관에서조차 경력을 요구하는 등 ‘스펙 인플레이션’ 현상이 고착화된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일단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가야 하지 않나’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대기업으로의 이직 기회, ‘이동 사다리’가 사실상 없다고 하소연한다. 대학 4년을 마치고 취업 준비를 시작한 김재준(27)씨는 “중소기업에서 일을 시작한 사람이 대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확률은 10%에 그친다”며 “임금 수준 격차도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왜 청년들이 시간을 더 들이더라도 경험을 더 쌓아서 대기업에 취직하려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다보니 아예 정부 기관이 직접 채용 수준의 조치를 하자는 구상까지 나온다. 앞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청년 첫 경력 국가책임제’를 거론한 것을 계기로 노동부에서도 관련 정책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에선 가칭 ‘청년고용공단’을 만들어 정규직으로 훈련된 청년을 뽑고 이들을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 등 적절한 일자리에 배치하는 역할을 하는 안 등도 거론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니어가 있어야 나중에 시니어가 생기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면 나중에 기업도 (경력자가 없어서) 장기적인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어디서든 경력을 쌓아서 오게 하는 게 인재상이니까 아무래도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뿐”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금의 청년 문제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고학력 직군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옛날과 결이 다르다”며 “어떻게든 일경험 지원 폭을 넓혀서 청년들을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