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해시드 제공)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온체인 거래 규모는 1조4000억달러에서 2조3600억달러로 약 68% 증가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결제기업과 동남아 주요 금융회사도 이 지역을 차세대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시험대로 주목하고 있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동남아 주요 6개국의 디지털자산 전략을 ‘공세적 접근’과 ‘방어적 접근’으로 구분했다. 싱가포르와 태국, 말레이시아는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국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 시장을 조성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으며 태국은 중앙은행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바트화 스테이블코인과 프로그래머블 결제를 실증하고 있다.
반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개인 중심으로 성장한 디지털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달러화 확산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연간 약 2000억달러 규모의 온체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연간 약 35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 노동자 송금을 처리할 대체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부상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현지 금융 수요와 결합한 독자적인 토큰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국부펀드 카자나 나시오날과 함께 이슬람 율법에 기반한 채권인 수쿠크를 토큰화해 글로벌 이슬람 금융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금 펀드를 토큰화한 뒤 금 소매업체에 담보대출해 이자 수익을 창출하고 펀드 지분의 유통성을 높이는 사업 모델도 소개됐다.
한국 금융회사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교보증권은 SCBX 자회사 토큰엑스, 싱가포르 SBI디지털마켓과 함께 와인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 국경 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한국과 태국, 싱가포르의 금융·디지털자산 인프라를 연계한 사례다.
다만 보고서는 토큰화 시장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핵심 병목으로 규제보다 상업은행의 참여 부족을 지목했다.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더라도 계좌 개설과 결제, 수탁 등 기존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은행이 참여하지 않으면 상품을 실제 시장에 출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토큰화 사업자는 상품 설계 단계부터 상업은행의 사업적 이해관계와 참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와 블록체인의 결합도 새로운 시장으로 제시됐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개입 없이 서로 서비스를 구매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에이전트 대 에이전트(A2A)’ 거래가 확대되면 1센트 미만의 초소액·초고빈도 결제를 처리할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기존 신용카드망은 수수료 부담이 큰 만큼 가스비를 없애거나 비용을 예측할 수 있는 블록체인 결제망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사람의 개입 없이 수행하는 A2A 상거래가 향후 기업 간 거래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에 버금가는 독립적인 경제 영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진 샤드랩 대표는 “동남아는 단순히 이용자가 많은 시장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는 중심지”라며 “고객 중심 시장에서 개발자와 창업가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