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2026.7.27 © 뉴스1 이종수 기자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간 목표치를 이미 넘어섰거나 한도에 근접하면서 하반기 입주를 앞둔 약 7만 가구에 잔금대출 비상이 걸렸다. 2024년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장 사태가 재현되며 잔금대출을 풀어달라는 실수요자의 원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올해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은 총 4조3300억원이다.
그러나 지난 23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간 목표치를 2337억원 초과했다. 은행별로도 이미 3곳이 자체 증가 목표를 넘어선 상태다.
이에 주요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취급 규모를 확 줄였고, 신규 분양 입주 예정자에게 개별 심사 없이 일괄 승인해 주는 '잔금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하반기 분양 받은 아파트에 입주를 앞두고 있던 실수요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잔금대출 혼란은 2024년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당시에도 발생했다. 1만2000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입주와 관련해 최대 3조원가량의 대출 수요가 예상됐지만 연말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나선 은행들이 집단대출 취급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당시 은행들은 갭투자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조건부 전세대출’도 자율적으로 제한했다.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 등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입주자가 전세를 놓고 받은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방식도 어려워졌다.
다만 당시에는 금융당국이 직접 규제를 완화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일부 해소됐다. 입주가 2024년 11월 시작돼 연말 총량관리에 묶였던 은행들이 이듬해 새 연간 한도를 배정받자 다시 대출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은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당시보다 더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아직 8월도 되지 않았는데 은행권의 연간 가계대출 총량이 사실상 소진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별도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면 은행들은 연말까지 잔금대출 취급을 확대하기 어렵다.
전세보증금을 활용할 길도 더 좁아졌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당시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제한했던 조건부 전세대출은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제도적으로 규제됐다. 소유권 이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 등이 제한되면서 입주자가 전세를 놓아 잔금을 마련하는 방식은 사실상 차단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권을 요청하는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6.7.23 © 뉴스1 허경 기자
대출이 막힌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는 경기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입주 예정자가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입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실거주 목적으로 2년 전 분양받았지만 최근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축소하면서 잔금 마련이 어려워졌다는 취지다.
올해 하반기 잔금대출 문제에 노출될 수 있는 입주 물량은 7만 가구를 웃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공동 분석한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정보’에 따르면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약 7만1000가구다.
단지별로 적용되는 규제도 다르다. 지난해 6·27 대책 이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는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 규제를 적용받지 않지만 은행권 총량관리로 잔금대출이 막힌 상태다.
반면 오는 8월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6·27 대책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와 가계대출 총량관리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까지 함께 적용받는다. 입주 시점과 분양 시기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이중 규제에 놓일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이미 분양계약을 체결한 실수요자의 피해를 줄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잔금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일부 제외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총량에서 제외할 규모를 정하려면 입주 예정 단지의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 현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통상 아파트 분양대금은 계약금 10%를 낸 뒤 2~3년에 걸쳐 중도금대출을 받고, 입주 시점에 주택담보대출인 잔금대출로 전환해 기존 중도금대출을 상환하는 구조다. 잔금대출 전액이 새로운 가계대출 증가분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중도금대출이 줄어드는 부분을 제외한 순증 규모를 따져야 한다.
중도금대출은 시중은행뿐 아니라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이 건설사나 시행사의 연대보증을 받아 취급한 경우도 많다. 금융권 전반의 대출 현황을 집계해야 하는 만큼 실제 순증 규모 파악에는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입주 예정 7만여 가구에 필요한 잔금대출 규모가 26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금융당국은 확인되지 않은 수치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초 발표가 예상되는 부동산 금융대책에 잔금대출 총량 제외 방안이 포함되지 못하고 후속 대책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입주 예정 단지의 중도금대출 순감액과 잔금대출 순증액을 우선 파악해야 한다”며 “잔금대출 전환으로 실제 가계대출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확인한 뒤 총량관리에서 제외할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