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국교통연구원(KOTI)에 따르면, 국내 전 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43.4세인 반면, 일반화물 운전자는 56.4세, 용달화물 운전자는 66.2세로 신규 유입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화물 운전자 부족 비율은 올해 20%에서 2033년 30%로 치솟을 전망이다.
테슬라 전기트럭 '세미' (사진=테슬라)
국내에서도 자율주행 화물 운송이 시작되고 있다. ‘라이드플럭스’는 올해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자동차 유상 화물운송 허가를 획득, 서울 송파 동남권물류단지와 충북 진천 물류센터를 연결하는 정기 화물 운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마스오토’ 역시 미국과 국내에서 대형 화물차 자율주행 실증을 수행하며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에 미국 ‘플러스AI’의 레벨4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며 ‘수소+자율주행’ 시장을 엿보고 있다. 타임지는 이 차량을 ‘2025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화물차가 무인 자율주행으로 대체되면 24시간 논스톱 운행이 가능하다. ‘PwC컨설팅 스트래티지앤’은 자율주행 도입으로 현재 유럽 평균 약 29%에 머무는 트럭 가동률이 78%까지 뛰고, 2030년까지 표준 운송 물류비를 최대 47% 절감(절감분의 80%가 인건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자 위주의 트럭 운전자를 대체할 수 있다면 사회적 안전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타임지 '2025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된 현대 '엑시언트'.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기술력과 미국 '플러스AI'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결합했다. (사진=현대차)
따라서 무인 자율주행은 물류 운송의 효율성 증대뿐만 아니라, 화물차 관련 중대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교통 시스템 전반의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상용차 전동화, 지능화를 위한 제도적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혁신 금융 기반의 보급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전기·수소 상용차는 여전히 높은 초기 구매비용이 가장 큰 보급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배터리 구독, 사용량 기반 과금, 운행 실적 연계 금융 상품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도입해 초기 투자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차량 구매 시점에 집중된 일회성 보조금 체계에서 벗어나 실제 운행 거리, 탄소 저감 실적,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 등에 연계된 운영 기반 인센티브 체계로 전환함으로써 시장의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
둘째, 핵심 소재 및 부품의 기술 자립도를 강화해야 한다. 수소연료전지용 ‘멤브레인(강화전해질막)’과 탄소섬유, 차세대 전력반도체, 고성능 배터리 소재 등은 향후 상용차 경쟁력을 결정하는 전략 기술이다. 완성차, 소재 기업, 연구기관 및 대학이 참여하는 개방형 혁신 체계를 구축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원천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해 핵심 공급망의 안정성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술 발전 속도에 부합하는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무공해 상용차의 중량 증가를 고려한 중량 특례 제도 도입, 수소 및 전기 충전 인프라의 전략적 확충이 필요하다. 특히 자율주행 및 ‘군집주행(트럭 여러 대가 촘촘한 간격으로 줄지어 달리며 공기 저항을 줄여 연료를 절감하는 방법)’ 상용화에 대비한 책임·보험·안전 기준 마련 등이 대표적인 과제이다. 기술이 시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제도가 병목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넷째, 국가 차원의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주요 항만, 산업단지, 물류거점 및 고속도로를 연계하는 물류축을 중심으로 군집주행과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운행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장거리 운송 구간에서 에너지 소비 절감과 차량 가동률 향상을 실현해 친환경 상용차의 총소유비용(TCO)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양대 ERICA 캠퍼스 기계공학과 김남욱 교수
결국 상용차 전동화와 자율주행은 서로 독립적인 변화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는 두 개의 축이다. 전동화는 자율주행이 요구하는 에너지와 전력 기반을 제공하고, 자율주행은 공기저항 저감, 군집주행, 가동률 향상 및 운행 최적화를 통해 전동화 차량의 경제성을 개선한다. 따라서 미래 상용 모빌리티 경쟁력은 개별 기술의 우수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동화, 자율주행, 에너지 인프라, 물류 운영, 제도를 하나의 통합된 생태계로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술 개발 중심의 접근을 넘어 산업, 정책, 인프라가 연계된 통합 생태계 전략을 구축해 글로벌 친환경·스마트 상용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