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4조원치 사들여 소각…4대금융, 주주환원 경쟁 불붙었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30일, 오전 05:31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역대 최대 실적을 낸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금융)이 올해 자기주식(자사주) 매입·소각에만 4조 1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의하며 주주 환원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가 4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이미 지난해 연간 자사주 소각 규모를 넘어섰다. 밸류업 정책과 실적 개선이 맞물리면서 배당 중심이던 주주 환원 전략도 자사주 소각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4대 금융그룹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사진=김일환 기자)
4대 금융그룹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사진=김일환 기자)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4대 금융그룹이 결의한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이날 기준 총 4조 1000억 원이다.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105560)은 지난 2월 5일 약 6000억 원, 4월 23일 약 6000억 원, 7월 23일 7000억 원 등 총 3차례에 걸쳐 1조 9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이외에 신한지주(055550)는 1조 2000억 원, 하나금융지주(086790)는 6500억 원, 우리금융지주(316140)는 3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아직 약 4개월이 남았지만 4대 금융그룹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인 3조 6800억 원을 넘어섰다. 이사회 결의일 기준 지난해 금융지주별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KB금융 1조 4800억 원, 신한지주 1조 3000억 원, 하나금융지주 7500억 원, 우리금융지주 1500억 원이었다.

특히 KB금융은 올해 1조 4022억 원 규모의 기보유 자사주도 추가로 소각하기로 했다. 지난 3월 3차 상법개정안이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3차 상법개정안은 시행일 전 직접취득한 기존 자기주식은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해도록 규정한다. 기보유 자사주 소각 규모까지 합치면 올해 소각 예정인 KB금융 자사주는 3조 3022억 원 규모로 늘어난다.

주주 환원 확대의 배경에는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이 있다. 올해 상반기 4대 금융그룹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11조 3392억 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증권 및 자산관리(WM) 수수료, 유가증권 관련 이익 등 비이자이익이 눈에 띄게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실적 개선으로 자본 여력이 커지면서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함께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지주의 주주 환원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현금배당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사주를 매입한 뒤 곧바로 소각하는 방식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EPS)와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주주 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정부의 밸류업 정책 이후 금융지주들이 주주 환원 확대를 핵심 경영 전략으로 내세우면서 자사주 매입·소각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금리 기조와 비이자이익 확대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이어오면서 자본 여력이 크게 개선됐다”며 “여기에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이 확산하면서 단순히 배당을 늘리는 것을 넘어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당가치(EPS)를 높이고 주가를 안정시키려는 전략이 금융지주 전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융권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권의) 주주 환원 방식이 현금 배당 중심에서 자사주 소각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실질 주주 환원율(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 가운데 실제로 주주에게 얼마나 돌려줬는지)을 50% 이상으로 잡는 금융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현금 배당보다도 자사주 소각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종 교수도 “실적과 자본건전성이 유지된다면 금융지주들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병행하는 주주 환원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 소각되는 주식 수는 공시 당시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 금융지주들은 대부분 금액 기준으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만큼 이후 주가 흐름에 따라 같은 금액으로 매입할 수 있는 주식 수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따라서 주가가 오르면 최초 예상보다 소각 주식 수는 줄어들고, 반대로 주가가 내리면 소각 물량은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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