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5729억 영업권의 덫…롯데하이마트 재무 '착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30일, 오전 05:41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롯데하이마트(071840)가 거대한 장부상 영업권으로 인한 재무 지표 왜곡 속에 재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을 훌쩍 웃도는 영업권이 전체 자본의 62%를 차지하면서 재무건전성 지표에 착시를 만들어내는 상황이다. 여기에 가전 업계 불황으로 본업의 수익성마저 크게 꺾이면서 대규모 영업권 상각에 따른 급격한 재무구조 악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생성한 인포그래픽.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생성한 인포그래픽.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영업권은 5729억원이다. 같은 시점 유동자산은 5576억원에 그쳤다. 당장 융통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보다 장부상 수치인 영업권이 153억원 더 많은 셈이다.

영업권이 전체 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말 9429억원이던 자본총계는 올해 1분기 9141억원으로 288억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권은 5729억원으로 꼼짝하지 않으면서 자본총계 대비 영업권 비중은 62.7%까지 높아졌다.

영업권 비중이 과중하다 보니 롯데하이마트의 실제 재무 부담을 가리는 착시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표면적인 재무 지표만 놓고 보면 총차입금을 총자산으로 나눈 차입금의존도는 올해 1분기 말 22.9%로, 지난해 말(22.8%)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는 안정적인 수준이다.

분모인 총자산에서 당장 현금화가 불투명한 영업권 5729억원을 덜어내고 다시 계산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실질 차입금의존도는 33.2%로, 총자산 기준(22.9%)보다 10%포인트(p) 넘게 높다. 거대한 영업권이 분모를 부풀리면서 만들어낸 격차로 체감되는 차입 부담은 지표로 드러난 수치보다 훨씬 무거운 셈이다.

실제 만기 1년 미만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4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100억원으로 3개월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표면적인 차입금의존도 수치와는 별개로 당장 갚아야 하는 자금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영업권을 뒷받침해야 할 실적마저 전년 동기 대비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권은 과거 인수합병(M&A) 당시 순자산가치보다 더 얹어 지불한 웃돈이다. 그 가치는 인수한 사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만큼,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부금액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렵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1분기 148억원의 영업손실, 20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영업손실 111억원, 순손실 138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과거 지불한 웃돈은 5729억원에 달하지만 이를 증명할 실적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셈이다.

현금흐름도 나빠지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의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0억원이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투자에 쓴 돈을 뺀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111억원까지 벌어진다. 외부 조달 없이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현금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FCF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본업에서 번 돈으로 당장 필요한 투자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결국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막대한 영업권 손상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상 장부금액 조정이라 하더라도 영업권 손상은 인식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에 재무적 부담을 안긴다.

기본적으로 영업권은 매년 손상평가를 거쳐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못 미칠 경우 그 차액을 손상차손(비용)으로 털어내야 한다. 업황 부진을 반영해 대규모 손상을 인식할 경우 이는 곧장 대규모 당기순손실로 이어져 이익잉여금을 갉아먹고 단숨에 부채비율을 끌어올린다.

장부가액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부담이다. 실적 하락세가 뚜렷한 국면에서 전체 자본의 62%를 웃도는 거대한 무형자산을 장부에 그대로 남겨두는 것 자체가 향후 신용도 평가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가전 수요 위축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이익창출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라며 "점포 리뉴얼과 신사업 발굴, 저수익 점포 정리 등 경쟁력 회복 전략을 병행하고 있으나 실제 성과 발현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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