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야당과 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과세 인프라가 여전히 미흡한 데다 손실이월공제 등 기본적인 과세 체계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세율까지 적용하면 이미 위축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도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면서 향후 정치권 논의가 변수로 남아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가상자산 과세, 예정대로 내년부터 추진"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필요성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대한 과세는 오는 2027년 1월부터 시행 예정으로, 25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세(20%)와 지방소득세(2%)를 합산한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이미 세 차례 연기됐으나, 과세 인프라와 제도 정비가 미흡하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이날 국회에서도 현행 제도상 가상자산 투자 손실을 이후 연도의 수익에서 공제할 수 없어, 투자자의 실질 소득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과 영국은 가상자산 매매 손익을 자본이득 및 손실로 보기 때문에, 해당 연도에 공제하지 못한 손실은 이후 연도로 넘겨 미래의 자본이득에서 공제한다.
이와 관련해 구 부총리는 국내 가상자산 과세 체계가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의 자본이득 과세 방식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은 자본이득세 체계로 과세하지만 우리는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2% 세율로 분리과세하고 기본공제를 적용하는 구조"라며 "자본이득 과세 체계로 전환하려면 가상자산뿐 아니라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세 인프라 여전히 미흡, 위축된 시장 더 죽는다"…우려하는 업계
이처럼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업계에서는 비판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과세 인프라가 여전히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실제 시행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경우 상당한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막판 정치권 논의에 따라 유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가 더 촘촘히 마련된 뒤 과세가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CARF가 시행된다고 하지만 해당 협정에 미국이 없어 향후 2년간 일부 과세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해외 거래 관련 신고를 일반 투자자들이 얼마나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과세 체계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높은 세율로 과세가 시행될 경우 국내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나 탈중앙화거래소(DEX)로 눈을 돌려 세금을 회피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위 관계자는 "이미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과세까지 시작되면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국힘 당론은 가상자산 과세 폐지…야당 반발에 유예 가능성도
업계뿐 아니라 야당의 비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바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뉴스1 블록체인리더스클럽에 참석해가상자산 과세가 연기 또는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상자산에 대한) 소득세를 폐지한다면 업계가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 관계자도 우려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하면서 가상자산에는 과세하는 데 따른 형평성 문제도가 있다"며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마련되기 전에 가상자산 과세부터 시행하는 데 대한 우려가 민주당 내부에서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국내 거래소 이용자들이 해외로 이탈할 경우 거래소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가상자산 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국민의힘은 과세 폐지안을 냈지만, 민주당이 과세 유예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