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이 큰 자산'으로 꼽히던 가상자산 시장이 최근 들어 오히려 국내 증시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모두 코스피보다 낮은 변동성을 기록한 반면 국내 증시는 급등락이 이어지며 사이드카가 이달에만 13차례 발동됐다.
31일 업비트 데이터랩과 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7월(1~29일 기준) 비트코인의 일평균 등락폭(절대값)은 1.2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업비트 데이터랩 알트코인 지수의 일평균 등락폭은 1.79%였다.
반면 코스피의 일평균 등락폭은 4.67%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비트코인보다 약 3.7배, 알트코인 지수보다 약 2.6배 큰 변동성을 나타낸 셈이다.
통상 가상자산은 주식보다 가격 변동이 큰 위험자산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거래가 둔화하고 투자심리도 위축되면서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낮아진 모습이다. 비트코인은 전고점 이후 하락세를 이어온 뒤 최근에는 6만~6만 3000달러 수준의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뚜렷한 방향성이 사라지면서 단기 매매가 줄었고 알트코인 역시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거래 규모도 크게 줄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대금은 총 3665억 846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8069억 5402만 달러)보다 54.6% 감소한 규모로 1년 만에 약 4403억6942만달러의 거래대금이 줄어든 셈이다.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비트코인이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며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진 데다 국내에서는 코스피를 중심으로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점도 거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내 증시는 대형주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일부 종목의 등락에 따라 지수 전체가 크게 움직이는 장세를 나타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일부 종목의 등락이 코스피 전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50.3%로 절반을 넘어섰다.
코스피의 절반 이상이 두 종목의 주가 흐름에 좌우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황과 미국 기술주 움직임이 국내 지수에도 크게 반영됐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 거래까지 늘면서 상승과 하락 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지난 28일까지 이달 총 13차례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매도 사이드카가 8차례, 매수 사이드카가 5차례다.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쏠림과 2배 레버리지·곱버스 상품 거래 폭증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반면 가상자산 시장의 경우, 알트코인은 유동성과 거래량 감소로 개별 악재에 하락하지만 시장 전체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유입된 비트코인이 시장 중심을 잡아주면서 개인의 영향이 낮아져, 알트코인의 변동성도 낮아지는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