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홍콩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재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스1 김성진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가 공개한 2분기 성적표를 들여다 보면 3가지 새로운 변화가 감지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공지능(AI) 투자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한 빅테크들은 일제히 AI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장기공급계약(LTA)이 확대됐다고 밝혀 반도체 시황에 따른 실적 급변동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AI 투자, 이제는 '비용'이 아니라 '매출'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한 가장 큰 변화는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MS는 2026회계연도 4분기 애저(Azure)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고,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 매출도 32% 늘었다. 이 기간 410억 달러를 설비투자에 집행했고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18% 증가했다. AI 데이터센터가 비용만 발생시키는 시설이 아니라 클라우드 매출을 창출하는 수익 자산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알파벳도 구글 클라우드 매출이 82% 증가했고 클라우드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늘었다. 메타는 AI 기반 광고 추천과 타기팅 고도화에 힘입어 광고 매출이 27% 증가했다. AI 투자가 기존 사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 "투자 더 늘린다"…반도체 공급 부족 당분간 계속
또한 빅테크들이 '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당분간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수요 둔화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알파벳은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기존보다 150억 달러 높였고, 메타도 연간 투자계획 하단을 상향 조정했다. 아마존은 투자 계획을 약 200억 달러 늘려 2200억 달러를 집행하기로 했다.MS 역시 다음 분기 설비투자가 5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며 AI 인프라 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알파벳·메타·아마존의 증액 규모만 약 375억달러(약 52조원)에 달한다. 이는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 기업용 SSD, 네트워크 장비 등 데이터센터 전반의 수요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AI 메모리와 일반 메모리 수요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고, 삼성전자도 AI 인프라 투자와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하반기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 HBM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삼성·SK, LTA 확대로 '메모리 사이클' 바꾼다
메모리 업체들의 판매 방식 변화도 눈에 띈다.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LTA와 관련 "5대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과는 계약했고 추가로 5개 대형 고객과도 협상이 완료 단계"라고 밝혔다.
또한 중장기 생산 물량의 60~70%를 장기계약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주요 고객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 개 고객과 LTA 협상을 마무리하고, 주요 고객들과 추가 계약도 협의 중이라고 공개했다.
장기공급계약은 판매 물량을 미리 확보해 생산과 설비투자를 안정적으로 계획할 수 있고, 가격 급락이나 재고 증가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과거에는 메모리 업체들이 업황 호황기에 공격적으로 증설했다가 수요 둔화 시 재고 부담과 가격 하락을 동시에 겪는 경우가 많았지만, AI 시대에는 확정된 수요를 기반으로 생산과 투자를 결정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이를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평가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LTA는 정말로 산업의 체질을 바꿀 것"이라며 장기공급계약 확대가 메모리 업체의 실적 변동성을 낮추고 감익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장기공급계약이 메모리 사이클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계약 물량이 전체 생산량을 모두 포괄하지 않고 가격 역시 시장 상황에 연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I 시대에는 장기계약 확대를 통해 생산과 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커지면서 과거보다 메모리 업황의 등락 폭은 점차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flyhighro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