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경(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정부가 폐업 후 임금근로자로 전환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기존 정책자금 상환기간을 최대 7년 늘려주는 제도를 시행한다.
영업을 중단하면 상환연장과 금리감면 대상에서 제외하던 정책금융 사후관리의 범위를 폐업 이후 취업과 근속 단계까지 넓혔다. 한계에 이른 사업자가 대출 상환 때문에 영업을 무리하게 연장하지 않도록 폐업과 재취업, 채무 관리를 하나의 재기 경로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2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2026년 정책자금 상환연장 신청 안내'에 따르면, 소진공은 지난달 20일부터 임금근로자로 전환한 폐업 소상공인의 상환연장 신청을 상시 접수하고 있다.
직접대출만 대상…폐업한 뒤 취업해야
지원 대상은 2023년 1월 1일부터 신청일까지 실행된 소상공인 정책자금 직접대출을 보유하고 2025년 이후 사업체를 폐업한 뒤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한 개인사업자다. 폐업 전부터 취업한 경우에는 신청할 수 없다.
신청 시점에는 다른 개인·법인 사업체를 보유해서도 안 된다. 재직증명서나 근로계약서에 적힌 사업장과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이력에 기재된 사업장이 일치해야 한다. 법인사업자와 은행을 통해 빌린 정책자금 대리대출은 이번 제도의 지원 대상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거나 연체 기간이 30일 이하인 차주는 남은 직접대출의 가중평균 상환기간에 최대 7년을 더할 수 있다. 여러 건의 직접대출을 보유했다면 대출 잔액을 하나의 통합계좌로 묶어 상환기간을 조정한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이 섞여 있으면 각각 별도의 통합계좌가 만들어진다.
기존 상환연장 제도를 통해 상환기간을 최대 5년 늘린 차주도 재신청할 수 있다. 앞서 5년을 연장받았다면 2년, 3년을 연장받았다면 4년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체 연장 기간을 최대 7년까지 늘린다.
취업 후 1년 이상 근속하면 통합한 대출금의 적용금리를 0.5%포인트 감면한다. 금리감면은 연장된 대출의 만기까지 유지된다.
다만 신규 신청자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기존 대출의 가중평균 금리에 정상 상환자는 0.2%포인트, 30일 이하 단기연체자는 0.4%포인트를 가산한 뒤 근속에 따른 0.5%포인트를 차감하는 구조다. 기존 대출금리와 비교한 실질적인 순인하 폭은 정상 상환자가 0.3%포인트, 단기연체자는 0.1%포인트다.
이미 상환연장을 이용 중인 차주가 1년 근속 요건을 충족해 다시 신청하면 현재 통합계좌 금리에서 0.5%포인트를 인하한다. 시설자금은 담보 재평가가 필요해 상환기간만 늘릴 수 있고 금리감면은 받을 수 없다.
신청한다고 자동으로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소진공은 고용 안정성과 채무 상환 능력, 세금 체납 및 다른 금융기관 대출의 연체 여부 등을 심사한다. 신청금액이 5000만 원 이상이거나 정책자금을 단기 연체 중인 차주에게는 현장·원격 실사나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상환연장은 원금 납부를 일정 기간 중단하는 상환유예와도 다르다. 매달 갚아야 할 원금은 줄지만 대출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만기까지 부담하는 총이자액은 기존보다 늘어날 수 있다.
대출 상환이 폐업 최대 고충…'버티기'서 '재기' 연계로
정부가 폐업자의 채무지원 범위를 넓힌 배경에는 매년 100만 개 안팎의 사업체가 문을 닫는 가운데 대출이 폐업과 재기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국세청 통계를 분석한 결과 폐업 사업자는 2023년 98만6000개, 2024년 100만8000개, 2025년 97만6000개로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99만 개에 달했다. 지난해 제조·도소매·음식·숙박·서비스업 등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폐업률 8.64%를 웃돌았다.
최근 1년간 폐업을 경험한 소상공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68.5%가 폐업을 결심할 당시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평균 부채는 8531만 원이었으며 폐업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45.5%가 대출금 상환을 꼽았다.
폐업 이후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취업한 응답자는 41.4%로 재창업을 준비하거나 재창업한 비중 26.9%보다 높았다. 폐업 후 주된 생계수단으로도 근로소득을 꼽은 응답이 32.8%를 차지했다.
정부는 그동안 폐업자의 정책자금 일시상환을 유예하거나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부 대출의 상환기간을 최대 15년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폐업 단계의 채무 부담을 낮췄다. 이번 제도는 여기에 취업과 근속 실적을 상환연장·금리감면 조건으로 붙여 폐업 이후 노동시장 정착까지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소상공인 정책의 무게중심도 모든 사업체의 영업 유지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경쟁력을 잃은 사업자의 신속한 폐업과 취업·재창업을 함께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업을 오래 유지하는 것만을 성과로 보지 않고 부실이 커지기 전에 질서 있게 퇴장한 뒤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확보하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최원영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한 번의 폐업이 소상공인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절벽이 되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yoong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