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에 진열된 화장품. 2026.7.17 © 뉴스1 김성진 기자
국내 화장품 안전관리 체계가 유통·판매 전 제품별 안전성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바뀐다.유럽과 중국 등 해외 규제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현지 규제에 대응하며 확보한 안전성 자료를 국내 평가에도 활용할 여지가 있지만, 내수 중심 브랜드는 평가 인력과 원료·독성 자료를 새로 확보해야 한다.
같은 중소기업이라도 판매 품목 수와 해외 진출 경험,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와의 자료 공유 체계에 따라 준비 부담이 달라질 전망이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안전성 평가 대상과 평가자 자격, 자료 범위 등을 담은 '화장품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지난 8일 입법예고하고 오는 18일까지 의견을 받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화장품법에서 도입한 안전성 평가 제도의 세부 기준을 마련한 후속 조치다.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한 70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 일본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중남미 등으로 수출시장이 넓어지면서 국가별 안전성 규제에 대응하는 역량도 제품 경쟁력을 가르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2028년부터 단계 시행…미작성 땐 품목 판매정지
개정안이 시행되면 화장품 책임판매업자는 제품을 유통·판매하기 전에 품목별 안전성 평가 자료를 작성하고 자격을 갖춘 평가자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책임판매업자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더라도 자기 명의로 판매하면서 품질과 안전을 책임지는 사업자다.
평가 자료에는 제품과 원료의 구성·특성, 불순물과 포장용기, 사용 방법과 사용량, 원료의 노출·독성, 이상 사례, 사용상 주의사항, 안전성 평가 결과 등이 포함된다. 평가자의 서명과 자격을 증명하는 자료도 갖춰야 한다.
의학·약학·생물학·화학·독성학·향장학·화장품과학 전공자나 일정 기간 화장품 안전관리 분야에서 근무한 사람이 평가를 맡을 수 있다. 경력 인정 기간과 교육 과정 등 세부 기준은 식약처가 별도 고시할 예정이다.
자료는 제품 사용기한이 끝난 뒤 1년까지 보관해야 한다. 개봉 후 사용기간을 표시한 제품은 제조·수입일부터 3년간 보관한다. 자료를 작성하거나 보관하지 않으면 1차 위반 시 판매 또는 해당 품목 판매업무 정지 1개월 처분을 받는다. 위반 횟수에 따라 정지 기간은 3개월→6개월→12개월로 늘어난다.
안전성 평가 자료가 없는 제품 가운데 국민 보건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화장품은 회수 대상에도 포함된다.
식약처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화장품 책임판매업소 2만7402곳 가운데 수입대행형 업체 등 제외 대상을 뺀 1만9860곳이 안전성 평가 적용 대상으로 추산됐다. 이들 업체에는 생산·수입 실적과 취급 품목에 따라 2028년부터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의무가 적용된다.
연간 생산·수입 실적이 10억 원 이상이거나 작년 12월30일 이후 책임판매업을 등록한 업체는 2028년부터 2025년 12월30일 이후 심사받거나 보고한 기능성화장품의 안전성 평가 자료를 갖춰야 한다. 2029년에는 영유아·어린이 화장품, 2030년에는 2025년 12월30일 이후 처음 제조·수입한 화장품으로 대상이 넓어지고 2031년부터 전체 품목에 적용된다.
연간 생산·수입 실적이 10억 원 미만인 업체는 2029년 영유아·어린이 화장품부터 적용받고 2031년 전체 품목으로 확대된다.
브랜드가 책임지고 ODM은 자료 제공…수출 경험 따라 출발선 달라
위탁생산 제품도 안전성 평가 자료를 작성하고 보관할 책임은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사에 있다. 다만 제품의 배합과 물리·화학적 특성, 미생물 관리, 불순물 등 평가에 필요한 자료 상당 부분은 제조사와 원료업체가 보유하고 있다.
시행규칙 개정안은 화장품 제조업자가 기존 품질관리 자료뿐 아니라 안전성 평가에 필요한 자료도 책임판매업자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브랜드사가 ODM 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국내 화장품 산업에서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자료의 범위와 전달 방식까지 함께 정해야 하는 셈이다.
식약처는 지난 6월 안전성 평가 보고서의 항목과 작성 방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화장품안전성평가지원 누리집을 운영하고 있다.
화장품안전성평가지원추진단은 안전성 평가 전담 인력과 경험이 부족한 업체를 중심으로 총 1500개 기업에 무료 컨설팅을 제공한다. 연간 생산실적 10억 원 미만 중소·영세업체와 기능성·영유아·어린이 화장품 취급업체가 우선 지원 대상이다.
제도 시행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제품별 안전성 자료는 브랜드사만으로 작성하기 어렵다. 브랜드와 ODM·원료업체가 제품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정보를 주고받는 체계를 마련할 수 있느냐가 향후 신제품 출시 속도와 규제 대응력을 가를 전망이다.
K-뷰티 브랜드사 관계자는 "안전성 평가 의무화는 기업마다 달랐던 안전관리 수준을 공통 기준으로 끌어올려 K뷰티의 글로벌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라며 "품목별 자료 작성과 적격 평가자의 검토가 필요한 만큼 내수 중심 중소 브랜드에는 인력 확보와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표준 서식과 세부 지침이 조기에 공개되고 평가자 양성, 원료 정보 제공과 컨설팅 지원이 병행돼야 업계도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oong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