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영(앞 오른쪽부터) KG모빌리티(KGM) 사장과 장귀빙 체리자동차 사장이 곽재선(뒤 오른쪽부터) KGM 회장과 인퉁웨 체리차 회장이 임석한 가운데 지난 2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7500만달러(약 11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KGM)
KGM과 체리는 지난 2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7500만달러(약 11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식에는 곽재선 KGM 회장과 황기영 대표, 인퉁웨 체리자동차 회장과 장귀빙 사장, 다이빙 주한중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투자는 체리가 KGM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CB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체리의 KGM 지분율은 10% 안팎이 된다.
양사는 2024년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시작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해 왔다. 그해 체리 T2X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공동개발 협약, 이번 전략적 투자계약으로 이어졌다.
KGM은 현재 양사 협업의 첫 결과물인 프로젝트명 ‘SE10’을 내년 1월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SE10은 렉스턴의 헤리티지를 잇는 준대형(D+세그먼트) SUV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2.0ℓ 가솔린 모델로 구성된다.
양사는 이번 협약에 따라 SE10에 이은 두 번째 공동개발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한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규제와 고객 요구를 상품기획 단계부터 반영해 여러 지역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글로벌 전략차종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차종과 사양, 생산·판매지역, 양사의 역할 분담은 단계적으로 협의한다.
황기영 KGM 대표는 “KGM이 내·외장 디자인과 주행·엔진 성능을 직접 다듬고 한국과 유럽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검증해 출시할 것”이라며 “차가 출시되면 KGM의 기술력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GM은 이번 협력으로 자체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PHEV·SDV 기술을 빠르게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체리 역시 KGM의 SUV 설계·튜닝 역량과 한국·유럽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공동개발을 통해 신차 개발비를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체리 측은 한국의 넓은 자유무역협정(FTA)망을 활용해 제3국 수출 기회를 넓히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중국 플랫폼과 미래차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KGM 고유의 SUV 정체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체리가 향후 한국에 직접 진출하거나 KGM 평택공장을 체리 계열 차량의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뒤따른다.
황 대표는 그러나 이에 대해 “현재 계획이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귀빙 체리차 사장 역시 “한국 고객이 체리차를 찾는다면 현지 진출을 고려할 수 있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건 KGM이 한국과 세계시장에서 더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도록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자동차를 넘어 반도체와 로봇, 원자재, 철강 등 분야로 협력 확대도 모색한다. 체리의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기반 전기·전자(E/E) 아키텍처를 토대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반도체·로봇·원자재·철강 협력 기회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체리 측이 협약을 기념해 KGM에 ‘로봇개’로 불리는 4족 보행 로봇 한 대를 선물한 것도 양사의 확장된 협력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황 대표는 “체리 회장이 로봇개를 선물했다”며 “로봇 분야에서도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인퉁웨 체리자동차 회장은 “체리와 KGM의 협력은 양사가 공유하는 가치와 전략적 방향이 자연스럽게 맞닿은 결과”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한중 자동차 산업의 협력과 혁신을 대표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곽재선 KGM 회장은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KGM의 성장 잠재력과 기업가치에 대한 체리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 전략 파트너십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양사의 기술과 역량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